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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20200825_093007_HDR   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방송 프로그램 중에 주말에 하는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이란 프로를 즐겨 시청한다.

 

지구라는 같은 공통분모 안에 서로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마다의 특성과 이해, 불협화음의 원인들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여기에 덧붙여  원인의 발생을 찾아보는 패널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여전히 진행 중인 뜨거운 감자들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띄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가 경험한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 기자란 직업은 이 책을 출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이점이 되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인류의 태동부터 함께 해온 지리적인 여건과 환경은 지구 밖의 다른 별들을 개척하고 새로운 정착지로써의 삶이 시작되지 않는 한 여전히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아마도 우주에서도 이런 쟁탈권이 벌어지리란 것도 상상이 되지만…)

 

책 표지의 문구인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라는 말처럼 저자가 그린 내용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세계 각국의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인다.

 

책의 구성을 보면 첫 파트의  주인공인 중국을 우선적으로 뽑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지금의 미중 전쟁을 보는듯한 중국의 야망은 대영제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프랑스라는 유럽 국가가 지향해온 해양대국으로서의 발판을 다지기 위해 어떤 행동과 정책들을 쏟아붓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세계 곳곳에 펴져있는 화교들의 입지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들이 가진 힘을 이용한 아프리카에서의 선점 공략, 일본, 동남아시아와의 지리적 역사를 이용한 영역다툼은 이미 그들의 선조대부터 시행해온 발자취를 이어가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역사에는 ‘만약’이 없지만 만약 ‘정화’가 아프리카까지 정복했더라면 지금의 세계 판도는 어떻게 변했을지를 상상해보는 재미도 느끼게 한 부분이다.

 

이는 육지에서도 마찬가지로  인도와 마주하고 있는 국경에서의 티베트와 산맥이 가로막고 있는 지리적인 영향 탓에 지금은 소강상태처럼 보이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신장지구를 포함한 그들의 소프트웨어 전략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이미 깊숙한 곳에 한족들이 뿌리내림이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이 약소국의 비애와 강대국들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행동이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이 책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백두산과 이어도에  대한 영유권 문제는 앞으로 우리들이 어떻게 이에 대응해야 할 지에 대한 생각을 던져보게 한다.

 

 

저자가 두 번째 파트로 다룬 미국 또한 인디오들의 땅을 그들의 땅으로 만들면서 하나의 언어로 통합되고 서서히 세력 확장을 통해 오늘날 미합중국을 만들어간 역사에는 지리적인 영향과 이점들이 고스란히 지금의 초 강대국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멕시코는 플로리다를,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팔고서 땅을 치며 후회를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느 한나라의 한 부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어떻게 타국과 자국에서 끼칠 파급효과가 큰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식민 제국주의 소산으로 지금도 여전히 전쟁과 기아, 폭력과 반정부 세력과 정부의 싸움, 종교적인 이해에 따른 분리주의 주장과 테러의 보복들이 나타나고 있는 아프리카, 남미, 인도와 파키스탄, 중동지역을 들 수 있다.

 

인디아

 

토착민들의 삶을 살펴 특징을 이용해 다스렸던 오스만 제국과는 달리 종이에 선 하나로 쭉 그어 만들어진 중동(이 용어마저도 서양인들이 지은 명칭)의 역사는 지칠 줄 모르는 종교의 불화와 종교적인 색채가 정치와는 분리될 수 없는 한계까지 겹쳐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을 유지해오고 있다.

 

일례로 시리아 내전이나 레바논, 이스라엘과 중동 간의 마찰들은 그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한편 역사적으로도 부동항에 끝없는 애착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도 자신들이 처한 지리적인 한계를 벗어나는 방법이 바로 해양으로 항한 이점 때문이다.

 

이런 정책은 크림반도의 합병,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각기 독립한 나라들에 자국민들을 서서히 이주시키는 정책을 통해 차후에 벌어질 영토 다지기에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해양으로 나가려는 의지의 발산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서유럽권의 유럽연합이란 통솔 하에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간의 불균형에서 오는 불만들,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윈윈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한쪽의 탈유럽을 원치 않게 하려는 이해타산과 전략들이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인 듯 보이지만,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 대해서는 환영을 하지 않는 공통분모의 모습들을 보이는 것 또한 지리적인 영향과 종교적인 영향을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이밖에 남미의 역사와 함께 하는 줄 긋기 영토 확정은 미국에 대한 불신과 함께 남미 특유의 마약거래, 빈부격차, 인종들 간의 화합들이 지리적인 영향과 정치적인 영향으로 여전히 미숙함을 보이는 곳이다.

 

 

남미

 

 

 

 

 

책이 출간된 연도가 2016년이고 내용 중 저자가 미래의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대한 글들 중 가장 확실한 부분 중 하나가  에티오피와 이집트 간의 물 전쟁이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저자가 말했듯이 2020년인 올해 그들이 숙원 하던 댐이 완성됐다고 하는 기사 속에 이집트의 불편한 시선이 함께 들어있었다.

 

이집트의 젖줄인 나일강의 발원이 에티오피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에티오피아가 댐 건설 이후 나일강의 흐름이 약해진다는 결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나일강의 흐름은 과거와는 반대로 이집트에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까지 닥친다면 자국들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취할 헹동의 결과물이 지리적인 영향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38선의 경계를 두고 남과 북의 경제상태와 통일 이후의 일들을 그려본 것들은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의 시선들과 함께 각자 이익을 위한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지리적, 정치적, 역사적인 모든 것을 내다보는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읽으면서도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생각과 함께 지리란 점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문제점들이 남의 나라 일로만 생각되지 않았다.

 

복잡해지는 정세 속에 국익을 유지하면서 타국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외교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이뤄질 수만은 없다는 현실 앞에서 보다 부드러움과 강함이 함께 공존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이외에도 북극의 선점에 따른 자국 영토라 인정하기 위한 발판을 다지기 위해  다각적인 면모들 드러내는 각국들의 발 빠른 행동들은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저자가 지도를 펼쳐놓고 지리의  영향 하에 놓인 각 나라들의 경계선은 지리의 한계를 통해 서로 다른 역사를 보인 점들을 그려놓은 책이면서도 역사, 경제, 인종, 종교들을 함께 알아가는 책이었다.

 

한정된 지리에 수긍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그칠 줄 모르는 영역 확대에 일면에 감춰진 모든 주권 문제는 동일한 욕망과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p358) 말에  동감하게 되고 이는 결국 지리는 인류가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그 법칙들이 우리를 이길 거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P116) 저자의 글로써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함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지구본을 손으로 빙 둘러 돌리고 돌리다 보면 너무도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우리 인간들이 정착하고 살아가는 땅, 넓게는 지리의 영향력 안에서 벌어진  역사까지 그린 책, 여러모로 재밌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