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종로5가에국제관광공사라는것이있어외국나가는사람에게소양교육이라는걸시켰다.
지금은그소양교육이란뜻도잘모르겠지만그땐하루종일거기서’소양교육’을받았는데
거의끝날때쯤내가직원과약간의말싸움한것이생각난다.
당시내여권에는중동과유럽에갔던기록이찍혀있었다.
여직원이묻기를
"아주머니,유럽어느나라를다니셨어요?"
"독일,불란서,영국이요."
그랬더니그녀는나를똑바로보면서
"아주머니,불란서가뭐예요!프랑스라고해야지…"
나는어리둥절해서예?하고서있었는데,내가바보인줄알았는지다시한번
"아주머니,불란서가아니라프랑스,이태리가아니라이탈리아라고발음하셔야해요."
그땐아무도나를아주머니라고함부로부르지않았을때인데,
그녀는꼬박꼬박아주머니아주머니하며나를가르치러드는것이었다.
거기다남자직원들까지옆에서빌죽빌죽웃고있길래신경질이나서,
"여보세요,그럼미국은뭐라고하나요?유나이티드스테이츠오브아메리카라고길게말해야합니까?"
"그건요…그냥아메리카라고하시거나미국이라고해도되요."
뜻밖의나의반격에그녀는금새주춤해졌다.
"그럼,일본은뭐라고불러요?재팬?니뽕?니혼?"
한남자가일어서더니
"아주머니,이제그만하시지요."한다.
"아저씨,그럼영국은뭐라고해야하나요?말해봐요!불란서가프랑스면영국은뭐냐구요?"
"아주머니,제말은요…"
영어발음이어쩌구저쩌구하는요즘,이일이기억나는것은공무원이라는사람들이
얼마나권위의식과우월주의에빠져있었는가생각이났기때문이다.
그새파랗게젊은아가씨가소양교육을시키는부서의사무직공무원이라는이유만으로
아무에게나딱딱거리며잘난척하던꼴이지금도눈에선하다.
바라기는20여년이지난지금은그런분수모르는공무원은더이상없길바란다.
대통령측근에서국사를논하시는높은공무원들이야나같은아줌마만날일도없겠지만
혹시라도만나게되더라도입버릇으로’불란서’라고한들
많이배우신자기들은’프랑스’라고제대로발음하시고,야단치지는말았으면한다.
미국어린애들노래에나는포테이토라하고너는포타토라하네,
나는토메이토,너는토마토….나는토마토,너는토메이토.
이런노래가있는데당신들은오륀지하고,나는오렌지로노래하며그냥이대로살았으면좋겠다.
그때는공무원들이얼마나무서웠는지
내남편이종합무역상사의직원이아니라동회의서기나파출소순경이었으면좋겠다는생각을다했었다.
주민등록등본을떼러가면길지도않은줄에하루종일서있어야했고,
양장점에가서내옷이없어항의하면느닷없이파출소순경이여섯명이나들이닥쳐나를끌고갔기때문이다.
내친구는남편이공무원이었는데전화한통화만하면서류가뚝딱나오고,
내가파출소에끌려갔던하소연을하면그럴땐’너희들모가지가몇개냐!’하면된다고가르쳐주기도했다.
그러나종합무역상사에다니는남편의마누라가그런배짱이어디있을것이며
밤낮없이공장에가서밤새우고,아프리카중동을떠돌아다니는남편은
여편네가파출소에끌려갔는지,강남경찰서구치소에서밤을새우는지알지도못했다.
이러니내가동사무소직원이나,순경에게시집갔으면팔자가더편했을걸하는생각안들었겠는가.
이젠내자식들도사회에나가공무원도되고이것저것일을하며사는데,
나는항상그들에게파티에초대되면음식푸는줄맨앞에서지말라고당부한다.
여기서도공무원이나목사,무슨회장들은어딜가나맨상석에서우아한미소를띄고앉아있다가,
먹을때만되면허리구부러진노인네제치고먼저생선회와새우튀김을집어가는꼴이별로곱지않기때문이다.
높은사람소양교육은필요없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