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찰떡
돌아가신외할아버지와나는요즘말로코드가잘맞았다.
내가실컷엎드려자다가정신차리려고고개를들면바로그때문을열고
"음…우리벤조는항상책을놓칠않는구나."하고만족해서가시는데
내동생은공부하다잠깐아랫목에발을넣으면영락없이오셔서
"저거시기는그저먹고자고뿐이다."하며문을꽝닫고가시는것이다.
그래서할아버지와나는민화투도잘치고,가끔낚시도가고,찹쌀떡도잘사먹었는데
내친정은이북사람들이라서명절이나잔치에떡이라고는빈대떡밖에하질않았기때문이다.
어느날가평으로낚시를갔다.
할아버지는청량리역에서찰떡을한봉지사셨다.
가평에서조그만나룻배를빌려구명조끼도안입고호수가운데로나갔는데,좀꺼림직했지만할아버지말씀이그날은바람도안불고또자기가있으니까걱정말라고하셨다.
내가처음낚시를하겠다고했을때할아버지께서는조건을하나달았다.
미끼는절대로안끼어준다는것이었다.당연하지요,걱정마세요.
그후떡밥을가지고낚시할때는별문제가없었는데,지렁이를가지고가는날은좀고약했다.지렁이를손바닥에올려놓고딱하고쳐서토막내어바늘에껴야하기때문이다.
가평에가는그날은지렁이미끼였다.
배를호수한가운데띄어놓고한나절낚시를한다음,점심때가훨씬지나서야할아버지는찰떡을꺼내셨다.
찰떡은녹아서서로딱달라붙어한덩어리가되어있었다.
할아버지는그찰떡을주물럭거리더니양손으로잡아당겨끊어서나에게한조각주셨다.그리고당신도맛나게잡숫기시작했다.
그런데내찰떡에는이상한게묻어있었다.뭔가들여다보고있는데할아버지께서사이다를따라주시다가내떡을보더니
"야아,그거지렁이똥이묻지않았냐?이리내라,물에씻어줄게."
그날이후난찰떡에뭐가묻어있으면잘안먹는다.
할아버지와찰떡도안사먹고,찰떡장사가있는청량리역에도안갔다.
그냥집에서민화투만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