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게는연구소와오피스,큰회사들이촘촘히들어박힌비상업지구에딱하나밖에없는(당시에)고급음식점이었다.그래서점심이면운동장처럼넓은주차장에차를세울곳이없을정도로장사가잘되었다.
그러나식당은저녁장사에서이익이남는법이다.음식값이비싸고술을파니까.
연말이될때까지저녁장사를이렇게하다가는문을닫아야할것같았다.
그래서궁여지책으로쿠폰사용에조건을달았다.
마침메뉴가그렇게할수있도록되어있었다.
그래서손님이주문할때웨이트레스가잘설명을하고음식을추천해야하는데
경험없는새내기들은말안듣고딴짓하다가항상손님과시비가생겼다.
이번일은이런배경에서생긴것이다.
변호사에게그편지를보여주니걱정말라고했다.
그래도매일손님을대해야하는나는
앞으로몇달이나남은쿠폰유효날자로인해스트레스가너무심했다.
좋은단골들은자꾸떨어져나가고,공짜쿠폰손님만들끓었다.
종업원이항상모자라서음식을제대로서브하지못해아우성이었다.
매일매일의사업이지옥같았고,저녁시간에는아예문을닫아버릴까하는생각이들정도였다.
그다음토요일,
나는교회에헌화하기위해꽃꽂이를하고있었다.
꽃꽂이는미리예정한일이었지만,쿠폰과편지가너무무겁게짓눌러핑계김에가게에안나갔다.
아무리바빠도그편지는자꾸생각이났고,
어쨌건이것은내가해결해야할’it’smybusiness’이기때문이다.
꽃을꽂고있는데문득,그남자의아내가다리에기브스를하고있었던것이생각이났다.
옳지!
나는꽃한묶음을따로병에꽂아리본을달았다.
카드도쓰고그속에우리식당상품권(giftcertificate)도넣었다.
그리고그집을찾아갔다.
주소대로가니그집은남쪽산밑중산층동네,한인들이많이사는곳에있었는데,
거기에산다는사실이일단나를안심시켰다.
내가알고있는그곳의한인들은대부분엔지니어들로서,고지식할정도로정직하게살고있기때문에
그이웃인남자도그럴것이라믿고싶었기때문이다.
벨을누르자그남자가나왔다.
"저기억하시겠어요?그식당의주인벤조라고합니다.편지를받아보았습니다."
"아,그래요!,어떻게여길…"
"지난번일은너무죄송했습니다.그래서사과하러왔습니다.
그리고와이프께서다리를다치셨던것이생각나서이꽃도전해드릴겸.그런데아프신건어떤가요?"
"많이좋아졌습니다.꽃감사합니다,아내가좋아하겠네요."
그아저씨는하나도안무섭게말했다.
순간,긴장이풀리며눈물이핑돌았다.얼른,
"편지감사했습니다.다시는그런일이일어나지않도록앞으로열심히노력해보겠습니다.
그리고카드속에상품권이있으니다시꼭오세요.크리스마스전에말이지요."
"아,이미당신은잘하고있는것같은데요.여기까지오신걸보니…
그리고내편지를긍정적으로받아주셨다니다행입니다.이꽃과방문해주신거감사합니다."
눈물반,웃음반,얼굴이자꾸뒤틀어지는것같았다.인사를하고얼른뒤돌아나왔다.
그남자는문앞에서서내가자동차시동을걸때까지지켜봐주었다.
정말날아오를것같은기분.
동네의모든것이사랑스러웠다.
따라나오며짖는강아지,길가에세워놓은낡은차조차모두모두.
"그래,미국에계속살자!"
마음을바꿔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