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뉴욕에갔을때는유명한관광지를돌고,그다음에는박물관,미술관을돌았다.
정확히말하면건물앞에서사진찍고뉴욕못가본사람들에게폼잡기위해서다.
그후딸이뉴욕에살때는좁지만비비고잘곳이있어브로드웨이뮤지칼을감상할수도있었는데,
이것도위와같은이유에서였다.
아무튼길고짧게그동안뉴욕엘여러번다녀오면서
그때마다뭔가좀감동적인것을경험해야본전뺀다는강박감에사로잡혀있었는데
이게오히려여행을망치곤했었다.
며칠동안있어봐도감동할일이전혀생기지않았기때문이다.
이번에는뉴욕에이틀동안있으면서오페라"나비부인"을보았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는갑자기표를구할수없어서뉴욕시티오페라의티켓을구했는데,
마침그날나비부인을한국인소프라노이윤아(YunnaLee)가맡았다.
나는오페라를직접보는것보다축음기로듣는것을좋아한다.
의상과무대가답답하게느껴져서오히려음악을들으며상상했던감동을덜하게하기때문이다.
또한여행자차림으로드레스입은사람들에게기죽는것도싫고,
음악을감상하러가는데신분의차이를느낀다는것,정말재미없기때문이다.
링컨센터오페라하우스는멋있었다.그넓은홀이꽉찼다.
경제도어려운데그래도뉴요커는오페라를보는구나…
어렵게구한표로뉴욕에서세계인들과함께오페라를본다는유치한만족감이
좋은에피타이져가되어기분이좋아졌다.
1막은그저그랬다.
무대도단조롭고스토리도뻔해서졸음이오려고했다.(여행자는잠이’절대부족’이기에)
기모노입은여자와제복입은미국남자가무대에서왔다갔다할뿐이었다.
그런데,문제는2막에서벌어졌다.
"어떤개인날(UnBelDi,OneFineDay)"을듣는데갑자기
가슴이저리기시작하더니눈물이줄줄흐르는것이다.내가!
이아리아는학생시절수없이들었던곡이라서평소에감동제로였었는데,
마치나비부인의영혼을뒤집어쓴것처럼가슴이미어지며막울고싶어지는것이었다.
할수없이눈물을줄줄흘리며앉아있는데
관객모두가숨을죽이고있어코를훌쩍일수도없으니숨이막히는듯했다.
잠시후
누군가박수를치기시작하자그제야나도다시크게숨쉬기시작했다.
2막의끝,"허밍코러스"에서다시같은증세가나타나기시작했다.
아주조용하게흘러나오는코러스가이번에는가슴에파고들뿐만아니라머리까지지끈거리게했다.
이건마치
꽃에앉아있는나비를잡으려고몰래다가가면서
언제날아갈지몰라조마조마하던그심정이었다.
아름다운것은존재하도록그냥내버려두어라,잡아서내것으로만들려는소유욕이
모든슬픔의근원이되느니라,
코러스는그렇게나지막이허밍하고있었다.
음악은계속흐르는데,
내머리는자꾸"너참이상하다,왜이렇게우는거야?"했고
가슴은"울어라,울어!울고싶으면…"했다.
아무튼촌스럽게도눈물은흐르고또흐르고,
2막이끝나불이켜졌는데도계속흘러나와닦기를포기하고
링컨센터가내눈물로떠내려가나지켜보기로했다.
지금도내머리는왜울었을까를따지고있다.
그러면서가슴을비웃고있는데,
착한내가슴은나비부인의사랑과고독,기다림과배신이
더이상오페라가아닌우리의인생이라는것을
내머리에게상기시켜주느라애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