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송년파티의노래자랑에는푸짐한상품이있었다.
우리부부는85이민자라서미국에온85년이후의노래는모른다.
남편은"낙동강"시리즈를좋아하고나는통기타들의노래를좋아하지만그노래들은흥을돋굴수없으므로
"닐리리맘보"를편곡해가끔부른다.
남편이신청한곡은뜻밖에도송창식의"왜불러"였는데
결혼33년동안이노래부르는것을들은적이없기에좀의아했다.
반주가나왔다.곧이어"왜불러!"할차례인데,놓쳤다.
남편은마이크를쥐고그냥멋적게몸을꼬기만하더니,두번째"왜불러"도그냥패스,
송창식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해도계속비틀거리고만있었다.
보다못해우리가다음번"왜불러"를불러주니까,그제야우리를쳐다보더니"왜불러?"하는게아닌가!
우리는모두뒤집어져서웃어댔는데,정작본인은그때부터신이나는지
송창식이"왜불러"하면자기도따라서"왜불러"하다가아무박자에서나"왜불러!"를막불러댔다.
가라오케점수가짜자잔~100점이나왔다.아,자랑스런내남편,해냈구나!
그러나일등은조영남의"제비"를부른60점짜리테너가차지하고,100점짜리내남편의"왜불러"는아무것도못받았다.나는분해서,
"아니,최고점수100점받고,또그렇게웃겨줬는데인기상도없어요?"
"아,죄송합니다.가라오케가실수를한모양입니다.아무래도음악성을봐야겠지요?"
여기서뭔음악성?
내남편을포함한그학교동창생들은뭐든지일등을하려고기를쓰는데,일등이뭔지를모르는것같다.
야유회에서풍선터트리기를하면일등하려고그말랑한풍선을몸으로죽어라비벼댄다.
넌센스퀴즈도일등하려고너무심각하게생각해서하나도못맞춰사회자기운만빠지게한다.
발목묶고달리기할때,어쩌다내가넘어져주면신나게박수치면서도,자기들은절대로안넘어지려고한다.
나는자빠진김에쉬어가려고또자빠지고싶지만남편이싫어할까봐그것도마음놓고하지못한다.혹시
"울예펜네는왜이렇게잘자빠지는거야,남의예펜네들처럼콩딱콩딱귀엽게뛰어폴짝일등하지못하구선"할까봐.
이처럼이기기좋아하는남편도이상하게나를못이기는데,이것을보고신기하게생각한동생남편들이
"형님,남성호르몬이점점줄어드는거아닌가요?"걱정하니
"니네들이나실컷이겨라,여자하고싸워이겨봐야아무상도없드라."
어라?요건정말일등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