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레로(Bolero),그것을연주할때면첼로를하는딸은지루하다고했다.
붐붐붐붐이런거만계속해야한다고.
바이얼린을하는다른두아이들도마찬가지였다.
지겹지만인내심을가지고계속연주해야하는것이볼레로이고,
똑같은멜로디가되풀이되는가운데바보처럼같은소리를계속내야하는것이
미국이라는오케스트라다.
그래서
나는볼레로를들을때마다아메리카의소리를듣는다.
이단순해보이는연주속에서도
악기가한가지씩소개되어변화를주고,
그럴때마다힘을더해소리를키워나가는이민의왕국,아메리카의소리.
지휘자가손짓을하면어떤악기든일어나소리를내고,마치고나면다시뒤로물러앉는다.
우리는그의손짓을기다리는한국인이라는악기이다.
내아이들이다니던중고등학교는오케스트라가있었다.
오케스트라는정규과목으로한학년이끝날때마다영어,수학처럼과목상을주었다.
터너가(Turnerfamily)의아이들이이상을받는것이거의전통이되다시피했는데,
어느해우리돼지가드디어그상을받았다.
돼지에게상이돌아간것은누구도시비걸수없는객관적인성취가있었기때문이었지만,
주관이판치는예능심사에서일등으로인정받으니까기뻤다.정직한상을받은것같아서기뻤다.
미국의공립학교도치맛바람이세다.
오케스트라맘(orchestramom),홈룸맘(home-roommom),사커맘(soccermom)다바쁘고할일이많다.
그래서오케스트라디렉터는터너집안엄마들의노고를모른척할수없었다.
나는이런"맘"도못하면서
상받는날이면항상가슴을조리고,분노하고,기뻐하며13년을보내야했는데
(13년이란큰애가4학년부터오케스트라를시작해서막내가12학년밴드를마칠때까지)
그러면서도항상감동하는것은미국인들의기다림이다.
상을줄때까지기다리는것,그것이미국이다.
그기다림의세월은정말지겹고따분하지만,볼레로를연주하는내새끼들은그걸해내야했다.
작곡자라벨이그렇게만들었고,지휘자미스베넷이그렇게지휘하기때문이다.
볼레로에몇가지의악기가대표로소리를내는지알수없으나,
비올라가소리를내고,플루트,혹은피콜로?
그래도내새끼의바이얼린과첼로는뒤에서붐붐만하며수많은마디를지나가야한다.
그러면서매년시상식에서마음을조이며이번에는내가등장할까기대한다.
볼레로,
그건360마디를거의다마쳐갈때야
테입이뒤엉켜늘어지는것같은소리를한번내게해주고발악하듯스러져간다.
오케스트레이트(orchestrate)가무엇인지를배우며내아이들은자라왔다.
자기목소리를낼줄알게되었고,언제어디서소리를내야하는지,
아니면밑에서그냥붐붐만하고있어야할지그것도알아챘다.
그래서볼레로라는음악처럼우리는미국을살아간다.
지금은내가소리낼때,지금은붐붐만할때,그리고좀지루하지만,
때가되면내악기와소리를지휘자가정확히끄집어내어줄것이라는믿음으로따라가며연주한다.
미국이라는거대한오케스트라속에서
내소리만내려고안달하지않고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