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쓰는 율로지 (Eulogy)

미리쓰는율로지(Eulogy)

그는남편의후배,그리고나의어린친구민경의남편,
원이와준이의아버지.이름모르는홀어머니의막내아들.

몇년전부터간암으로홀로가고있다.
민경이는그를붙들고안돼,안돼했는데지금도여전히안된다고붙잡고늘어진다.

<이형기>

낙화

가야할때가언제인가를
분명히알고가는이의
뒷모습은얼마나아름다운가.

봄한철
격정을인내한
나의사랑은지고있다.

민경이는그가저만큼가면막쫓아가붙잡아앉혀놓고,
그가숨을좀고르다가다시혼자길을나서면,

어딜또가려고?하면서쫓아나와의심스럽게그를본다.
"음,잠깐다녀올게."
잠깐다녀온다면서까마득하게가더니거기주저앉아민경이를돌아본다.
기다려,기다려,숨을거꾸로쉬며달려가그를주저앉히고,돌아가자,집으로돌아가자달랜다.
"민경아,기운없어.미안해."

분분한낙화…..
결별이이룩하는축복에싸여
지금은가야할때,

무성한녹음과그리고
머지않아열매맺는
가을을향하여

나의청춘은꽃답게죽는다.

민경의안타까움이바람처럼들어와내가슴을싸아하게만들더니,금새또날아가버린다.
그스쳐가는바람을따라가며계절의색깔을본다.
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

우리가차백인,그를처음만난건그의여름이었고,
오랜만에다시만났을때,그의겨울은시작되고있었다.
이제그는하롱하롱꽃잎이지는어느봄날을기다리고있다.

하양배꽃이흩날린다.
누구나한번쯤은그걸슬픈마음으로보았을텐데,
그것이결별을축복하는꽃뿌림이라니…

헤어지자
섬세한손길을흔들며
하롱하롱꽃잎이지는어느날

나의사랑,나의결별,
샘터에물고이듯성숙하는
내영혼의슬픈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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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아,
이젠놔줘.잘가라고손흔들어줘.
알어,
가슴을쥐어짜도모자랄,내가도무지알수없는그것,
슬픈눈이라고부르기에는너무지독한그것,그것밖에는지금네속에없다는거.
그렇지만어떻해…다시한번,

헤어지자
나의사랑,나의결별

Seeyoulater!하고보내.

p.s.Iloveyou.
차백인후배가방금세상을떠났다.오늘5월16일,

이제는그를위해’미리쓰는조사’가아니라우리모두를위해미리쓰는조사가되어버렸다.
민경아,천국에서만나면되.우리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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