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딸에게 쓰는 편지 (3)

결혼을앞둔딸에게쓰는편지(3)

1975년2월18일새벽

혹시너희친구중에도전력투구하여충족한집에시집간사람도있을것이고하니,

우선외면만을살필때는어떤자격지심같은것도갖게되는것이숨김없는인간의본능일것이다.
그러나인생은긴게임이다.

승부는멀고긴것이다이것은내가가장철리로생각한내좌우명인것이다.내가눈을감는순간까지

이말뜻대로싸우고노력하고슬퍼하기도기뻐하기도하며그속에서인생을느끼는가치관형성의역정이

바로인생인것이다(뒷면)

네가아버지를바라볼때,

우리아빠는30년가까이딸을곱게곱게길렀다가좀더돈많고,권세있고,명예높은가문에보내지못한

것을한스럽고후회스럽게는못생각할망정,그것을도리어타당성있게생각하고있다니이상한일이라고

할는지모른다.그러나너는좀더생각하면이애비의마음을잘알고도남으리라.

네가원만한가정과장래가커지려면지금네가정한그자리가아니고는안된다.
우선본인이훌륭하다.가정법통이훌륭하다.형제가훌륭하다.

불만이있다면단하나재산이좀부족하다?는것일뿐이다.
아무리자본주의체제고물질만능시대라하지만우선인간관계요,가통이다.

인간이만들어놓고요리하는것이물질이다.

결혼이란인생의출발점이다.가정공동체의출발점이다.
출발점이한걸음빠르고늦고한것이재물과관계된다면이것은당사자들의노력여하에따라서

머지않아추월할수있는지극히용이한대상이아닐수없다.

먼길첫걸음에너무발등만바라보지말라.

자리에엎디어쓴글씨라말과글이잘되지않았다.그러나내뜻은분명히적어놓은것이니잘읽어다오.
1975.2.18.새벽

아빠.

추신,엄마건강이걱정이되니물건을샀으면곧내려오라고전해라.
할아버지방이좀춥더라.석유난로라도가끔가끔피어서덥게해드려라.

보충설명:딸에게이렇게좋은충고를하시고나서,그후오랫동안딸과사위를뒷구멍으로많이도왔습니다.

아직도현역이신데(88세),몇년전까지도우리내외가한국에가면공항에서아예두둑한용돈을주셔서

기죽지않게하셨는데,작년에갔을때는안주셨어요.흑.
이편지를받은다음,3월에우리는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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