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오후
신문에분명히금,토이틀간이라고광고를냈는데목요일오후에백인둘이찾아왔다.
첫번째온노부부는밀가루반죽하는기계를사고싶다고했다.
백화점세일도아닌데,남보다먼저와서싸게사려는것이다.나도비싸게팔고싶어다음날오라고했다.
두번째로온여자는달력그림을넣은한국액자를보더니온갖호들갑을다떨면서금요일아침출근전에
들러사가겠다고했다.그액자는내식당단골손님이었던독일인부부가준것인데,촌스러워서안걸었었다.
그러나두사람다안나타났다.
금요일아침6시반
6시반에차고문을열자첫손님이와서한바퀴들러보고3불짜리브로치를하나사갔다.
거라지세일에서3불이면좋은물건이다.
팔까말까아까운물건은값을비싸게붙여놓고안팔리면그냥다시쓰면된다.
그래서제법비싼한국도자기그릇을꺼내놓았는데,
한국분이하나만싸게사가는바람에그릇세트가빠져버렸다.안판다고할걸…
아침8시
장사꾼처럼보이는백인남자가들어오기에긴장이되었다.
그는위커(wicker)제품선룸소파세트와팝콘머신을샀다.나중에가져가겠다고하면서돈만주고가버렸는데,
오는사람마다자기가샀으면돈을더냈을것이라고해서속이상했다.너무싸게팔은것같다.
이런좋은물건은아는사람에게미리판다는정보를주어야하는데,
나는아무리좋은물건이라도내것을아는사람에게판다는것이마음이불편해서소문을안냈었다.
오전11시
제법비싼목걸이와장신구셋트가없어졌다.깜짝놀라딸에게물어보니모른다고한다.
"어머,아까그사람들이가져간것아냐?"한국말로씨부렁거리다보니백인아줌마가그걸꼭쥐고다른물건을둘러보고있었다.괜히엉뚱한다른유색인종을의심했던것이미안하고창피했다.
유색인종인나도남의거라지세일에갔을때,그집물건이없어지면의심을받을것아닌가.
…너희가대접을받고자하는대로너희도남을대접하라.
오후두시
멕시칸처럼보이는청년둘이와서고장난전자제품들을많이사갔다.TV,CD플레이어,미지근한바람만나오는
전기히터등등.그냥버리려고했는데,딸말이그런것도사가는사람이있다고하기에설마했더니정말이었다.이거야말로돈벌어가며쓰레기청소하는것이다.좌우지간그들이고맙다.
오후세시
남부레드넥처럼생긴아저씨둘이와서전주인이남겨둔문틀,녹슬은공구와못,용도를모르는
여러가지연장들을사갔다.혹시좋은것인데우리가몰라서싸게파는게아닌가좀불안했지만,
몰라서죽을때까지못쓰고껴안고있을바에는1불이라도주고파는게낫다는생각으로불안감을달랬다.
그래서무겁고지저분한물건이많이없어졌다.
토요일오전11시
카우보이같이생긴아저씨가와서오래된맥주회사광고거울과칵테일메뉴판을사갔다.
처음식당을샀을때헌것을다버리려고했었는데,당시손님들중에달라는사람이많아다주고나서
하나남았던것인데,이걸몇십불이나주고사갔다.
집에홈바를꾸미는사람들이이액자를걸어놓고싶어하기때문이란다.
오후3시
2002년,둘째가북한빵공장에다녀올때,옷가게를하던김집사님이티사쓰와양말,모자등을
두트렁크쯤주셨는데,그중에"지저스"라고쓴것과야구모자는다못가져갔었다.
그걸이번에팔아헌금을하려고했는데,아무도안사갔다.나중에는1불,2불로내려갔는데도…
정말하나도못팔았다.
북한에선교헌금을보내지말라는뜻인가?아니면이동네rescuemission에보내라는뜻인가?
오후3시
나는바비인형을좋아해서지난번여행길에우연히주유소옆거라지세일에서바비인형을한보따리샀었다.
그걸이번에다시팔았다.
백인아줌마가친구딸준다고예쁜것만9개를사갔다.자기딸에게준다고했으면돈안받고나머지다주려고
했는데…
토요일저녁
얼마나벌었을까…돈계산할때는정말흥분이되었다.
마치웨이트리스할때,일다끝나고나서앞치마주머니의잔돈을꺼내놓고세어보는기분이다.
1불짜리돈세는것은축복이다.
꾸겨진그돈을책상에수북히쌓아놓고펴가며세는동안엔부자못지않게마음이넉넉해지기때문이다.
남편이돈지갑을보관하고있었기때문에그에게미리물어보니
"얼마안돼"해서좀실망을했었는데,생각보다수입이많았다.물론옆집줄리네랑은비교도안되지만.
정말줄리는어떻게그렇게많은돈을벌었을까다시한번궁금해진다.
거라지세일에도명품전략이있는것일까?
나는3백불짜리명품건강냄비를보며
"먹을것이없어서못먹지,좋은냄비가없어서못먹나?"라고생각했었는데,
이제와서거라지세일에무슨명품전락까지나…
어쨋건,
"허접쓰레기정리"라는대목표가만족하게이루어졌으니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