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지난에피소드이지만,
"엄마가뿔났다"에서장미희가김용건에게무릎에앉아도되냐고"수작"거는장면이있다.
그걸보다가,나는벌떡일어나으하하,으하,진짜잘한다,했었다.
최상급닭살인데,
정말오랜만에웃고진심으로장미희연기에감탄하며,
작가김수현씨의예리한감각에짜릿하게흥분하는순간이었다.
얼마나귀여운가,백기를드는모습이…
우리는백기를들어야할때,어떻게할지몰라어물거리다시기를놓치고사태를악화시킨다.
그래서수많은구질구질하고아픈사랑의사연들을엮어내는것이다.
나도지나간세월동안백기를들어야할때가많이있었다.
부모에게,친구에게,직장상사에게,그리고남편에게.
백기를들만큼사랑했던연인?없었다.
아무튼,
우리는어려서부터어른들무릎에앉아나의요구를관철시키는방법을배워왔다.
조부모,부모,삼촌,고모,이모…
그래서장미희의"남편무릎에앉기작전"이낯설지가않다.아,오해말기를…내가해본것은절대아니고,
어릴때기억이있어서일뿐이다.
~~~
새댁이었던어느날새벽,나는가출을했다.
입던옷에지갑만들고버스를탔다.내가살던곳이홍은동버스종점이었는데,빈버스에올라타고멍하니
왔다갔다하다,갈데가없어서시골친정으로갔다.
친정에는좀힘이들어서쉬러왔어요,했는데새신랑은며칠이지나도연락이없었다.
부모님께서초조해하시는것같고,나도좀미안해지기시작했다.
한일주일쯤지나니까연락이왔다.내려온다고.
부모님은그제야안심하고농장엘다니러가셨다.
그일요일오후,역으로마중을나가니,
"새벽1시표사놨어.오늘다시올라가봐야해."
그의첫마디였다.
울고싶었지만,어떻게울어야할지를몰랐다.
그냥"그래요?"하고고개를떨구었다.그러려면왜왔을까?
집에들어서자그가부모님을찾았다.나는함께농장엘가자고했다.
그는시간이없다고했다.
겨우달래서나섰는데,
농장으로가는길은늦은봄에푹파묻혀있었다.
서먹하니한발짝쯤떨어져서긴시골길을가는데,갑자기이런생각이들었다.
"한번만숙여보자.이렇게아름다운계절에남자와헤어지는스토리는정말싫다."
그래서그의팔짱을꼈다.
마른북어같이뻣뻣한팔이움칫했다.그러나내가붙잡도록내버려는두었다.
나는그북어팔을두손으로붙잡고흔들며,
보리피리,피리피리소리,종달새는노래부르고…하며갔다.
그는아무말않고뻣뻣한팔을내게맡긴채걸었다.
새벽기차로그는서울로떠났고,
나는낮선시골역에남겨졌다.
평생처음당하는,가슴이뭉개지는것같은치욕이밀려왔다.
그러나
지나고보니내결혼생활중에가장잘처리한일이되어버린것같다.
그때,시골길을핑계삼아그의북어팔을흔들지않았다면,
우린이혼했을것이다.
이건내생각이아니라,나중에그가확인해준사실이다,
또
큰딸을계모밑에서자라게했을것이다.(그때난임신을했기때문에)
좌우지간그때답답한스토리안만들고,
이혼안했으니까,
지금큰소리빵빵치며사는것아닌가…
그래서여왕마마처럼30년을산장미희가백기든것이눈물겹지만,참잘했다.
나이스트라이.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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