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나도초로에들었지만,
오래전부터나에게는노인친구들이많았다.
그중권노인이라는인텔리노인이있는데,아무도그녀가잘났다는것을알아주지않는다.
70대노인은두뇌가없다고생각하는것같다.
외국생활을해보면누구나느끼는일이겠지만,한국사람들의수준이천차만별이다.
나는주로"백두산의백록담,한라산의천지"라고자랑스럽게떠벌리는사람들속에서살아왔기때문에
자신과의갈등이많았었다.
그런데,이권노인도그런갈등을가지고있다.
지금은비록운전도못하는노인이되어있지만,젊어서는바람피우는남편참아내면서
당시최고의직장에서경리업무를맡아본요즘말로커리어우먼이었다.
그런데도"백두산의백록담"들이권노인을성경공부나세미나에잘끼워주지않아서
권노인의가슴은분노에차있다.
내또래의영아라는아줌마가있다.
권노인의오랜친구인데(미국에서는나이상관없이친하면친구라고하니까),
권노인과병원에도함께가고,생일식사도함께하고,김치도함께담그는사이다.
그런데권노인이나를만나면영아아줌마의비리를은근히들춘다.
이대나오지않았는데이대나왔다고하고,남의잔치에가서집에있는남편음식주문해가고,
부조걷어서자투리슬쩍떼먹고…등등많다.
며칠전,권노인이또다시영아의얌체비리를말해주었다.
"매년영아생일에내가떡을해주었는데,올해는미워서안해줬더니자꾸떡타령을하는거야.
그래서영아손녀옷을몇벌사줬지.생일떡대신에."
"미운정고운정다드셨네요,뭐."
"으응,그런가봐."
나도미운놈에게떡하나더줘본경험이있는데,그게참맞는말이었다.
미워서떡이나하나더먹고꺼져라!하면서준떡인데,내마음도좀묻어갔는지
주고나니미움도사라지고,
묻어간내마음이궁금해지며미운놈생각까지나는것이다.
자식도속썩이고애태운자식이더생각나고마음쓰이듯이,
형제나친구도혼자잘나서사는사람보다크고작은일로깽깽거리는형제,친구가더정이간다.
울엄마는항상"내가너땜에오래살아야한다"고하셨고,
시어머니는작은아들때문에이를악물고아픈몸을버티고계신다.
가짜이대졸업생인줄알면서도생일떡을해주는권노인은
백두산의백록담들보다차라리영아에게더측은지심이가는지도모른다.
얄미운거,속이는거다알면서도그래도마음이접근할수있고,베풀수있는기회를주는영아는
나름대로잘하는거다.
그래서나도
노인친구들이점심먹자고초대하면재미없어도꼭나간다.
나도곧그노인처럼될것이고,
그때가되면사람이그리워밥사주고선물도하면서나하고놀아줘,사정할지도모르니까.
베풀게하는것은상대로하여금자신의존재이유를긍정하게하는일이다,
부디내노후는베풀사랑과그걸받을사람또한넉넉하기를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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