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게,
10월28일은너의스물여덟번째생일,생일선물로파티를28번열어달라고했지?
까짓,못할것도없지.
엄마가워싱턴에올라가면매일파티해줄꺼다.그래서기네스북에올려보련다.
그건그렇고,우선너에게스물여덟통의편지를보내볼까한다.
네가장가가고나서엄마가이런편지를쓰면네마누라가엽기시어머니라고할꺼아냐?
그래서지금이절호의찬스인것같다.엽기엄마되기.
첫번째편지
네가엄마뱃속에있던80년봄엔장마가길었다.
엄마는그때외가인군산에가있었는데,아빠가아프리카출장을가셨기때문이었지.
군산할아버지는병원건물을수리하고계셨는데,
비가너무와서건물기초공사한곳에물이고여안빠진다고걱정을많이하셨다.
한편으로는간호원들과조수들이모여서수군거리며
광주에서무슨일이벌어지는가본데,들어가지도,나오지도못한다고했다.
외할머니께서는그런얘기들으면임신부가불안하고,
태아에게좋지않으니병원에내려가지말라고하셨는데,
그래도엄마는광주사람들걱정도되고,아빠에게서편지가왔나궁금해서기웃기웃했었다.
아빠가출장에서돌아오시자,누나둘데리고다시서울우리집으로갔지.
10월이되어
출산예정일이한참지났는데도너는세상에나올생각을안해서
산부인과에갔다가돌아오는길에영동과잠실의상가를뺑뺑돌아다니다왔지.운동삼아.
집에와서도이불과담요를목욕통에넣고빨았다.그랬더니드디어
새벽에신호가오더라.그래서짐을싸서병원으로갔지.
군산할머니께전화를드리니까,
"얘,내가올라갈때까지아이낳지말아라,내가가야아들난다."그러시더라.
누나들태어날땐노할머니가오셨었거든.네위로딸만둘을낳고나니,군산할머니께서걱정이많으셨지.
아무튼,
아들인너를낳으니까군산할머니께서는병원에있던사람들아무나붙잡고,
"우리딸이아들을낳았어요!아들이요!"했단다.
그아들이바로너다.
그런데,
너를몇시에낳았는지잘생각이안나네.
큰누나는이화대학병원에서출생증명서를줘서거기다있던데,
작은누나와너를낳은병원은개인병원이라서그런지출생증명서가없네.
뭐,
예수잘믿는네가궁합이나사주팔자볼것도아니니까정확히몰라도괜찮겠지?
아무튼,
4.1킬로로너를낳았는데,돼지같을줄알았더니길죽한염소같았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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