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네생일이지?
네친구리와누나들과저녁먹으러나간다는말들었다.
너요즘사우스비치다이엇시작했다면서…너무많이먹지말아라.
엄마가어렸을적,한국이못살던시절에는생일날에야겨우고기국한사발얻어먹을까말까였는데,
그걸생각하면경제가이렇게어려워진것은우리가너무많이먹어대서그런것같다.
아무튼,
생일날적게먹으라고잔소리하는엄마는분명엽기엄마다.
두번째편지
깜박정신을잃었다가,어렴풋이이재억선생님목소리가들리는데,
"아들이예요.이녀석이늦게나와나를돌팔이로만들뻔했어요."하셨다.
"아,하나님감사합니다."
엄마는의사선생님께감사하기전에알지도못하는하나님께감사를하고말았다.
지금은불임치료도잘되고,아들딸성별도미리가르쳐주지만
너를낳을때만해도성별검사를잘안해주고,또해달라는말도안하고,
그냥열달을조마조마하게보냈었다.
그러니까
아들낳고딸낳는것은사람뜻대로되는것이아니라창조주의뜻이라고믿었었지.
지금도그렇게믿는다.
아참,
너를받아주신이재억선생님에대한기억을말해야겠다.
그선생님께서는
다키워놓은아들을병으로잃으시고,한동안너무상심하셔서진료를못하셨데.
마침엄마가동네의개인병원을찾고있었는데,
이재억선생님과같은병원에서근무했던엄마의고모가이선생님을소개해주며,
이제하나님을의지하고겨우기력을회복하셔서영동에개업을하셨는데,참좋으신분이라고하셨다.
둘째누나를임신하고,
엄마가처음뵈었을때만해도선생님은너무기운이없어보였다.그래서생각하기를,
"아,가엾은선생님,새로태어나는아기들을받을때마다무슨생각을하실까…"하며
내가아기낳는다는것이죄송스러울때도있었다.
지금은
생명을주시는이도,가져가시는이도창조주하나님이시라는걸알지만,
그때는그저막연히슬프다는생각만했었는데,사실
아직도생명주시는이를깜박깜박잊고,너를내꺼라고생각하며잔소리하지않니?
딸만둘낳은아빠엄마는네친가로부터아들낳으라는노골적인압력을받고있었다.
다행히
아들을낳고엄마가하나님감사합니다,하고있는사이에
사무실에서연락을받은네아빠는생전안피우던담배를하나피워물었다고했다.
그랬더니동료들이이번에도또딸을낳은줄알고아무말도묻지못했데.
사실은,
아들낳으면서양사람들은시가를한개피씩돌린다는말을어디서들었는데,아빠가잘못알아
자기가담배를피워버린거야.하하.
네친할머니께서는삼칠일이될때까지는강을건너면안되는거라고손자보러올라오지않으셨다.
우리는한강남쪽에살았는데도.
그래서외할머니께서엄마산후조리를신나게해주시다가3주가지나자눈물을머금고
우리를내버려둔채귀가하셨지.사돈마나님식사까지해드리기뭐하다고.
네친할머니께서는너를보러오신김에서울대학병원에서종합검진을받아야겠다고하시면서
매일네아빠를데리고병원에출근하시고,
엄마는외할머니께서한들통끓여놓은미역국이다없어지면어떻게하나조마조마아끼느라
제대로먹지도못하고…아,바보같으니…
너는젖도잘빨고,엄마젖이모자라면우유도섞어먹으며잘자랐다.
이모들과엄마친구들이와서너를보고는,
"잘생겼다,녀석.갈수록길이잘닦이나보다.애들인물이점점좋아지네.자꾸낳아라."하고놀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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