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덟번의 편지 (3)

*아들의스물여덟번째생일에선물대신편지를쓰기시작했습니다.

세번째편지:작명(이름짓기)

할아버지께서네이름을보내왔다.

네항렬(beinthesamegenerationoftheclan)의돌림자가빛날"()"자라고했다.

거기에다누나들이름의끝자와합치니저절로네이름이되었다.

그런데,문제는작은이모이름과같은거야.물론한자는틀리지만.

그러니까네이름이여자이름같은거야.

아빠는여자이름으로이미윤보선,박정희대통령이있으니잘지은것이라고했지만,

엄마나외가에서는이모를부르는것같아서좀거북했었다.그래서,애칭을하나만들기로했다.

아빠가살던시골에서는주로개똥이,소똥이,돼지,방아,등등자기네들과함께살던가축들에게

"똥"자를붙여서아이들을불렀다고했다.

외삼촌이아기일때는"불출아,불출아"라고불렀는데,못난이(aloser)라는뜻이지.

조부모님들은귀한자식일수록그런이름을불러야이담에커서잘된다고충고하셨지만,

서울사람을개똥이라고부를수도없고,불출이라는어려운이름도그렇고,아무튼궁리가많았었다.

상상력이부족한아빠,엄마는결국돼지로결정했다.

그러나좀고상하게문자를써서,

아빠는돼지돈()자"돈이"라고하고,

엄마는돈(money)돈자"돈이"로하자고했는데,

항상돈이모자랐던엄마는돈을실컷만져보고싶어서였지.

그러니까너는가난했던부모의서러움을위로해주는아기였던셈이다.

네가100일쯤되었을때,돌아가신노할머니와상도동집목련꽃앞에서.

미국에와서영어이름이자연스럽게돈이가되었다.

그래서네친구들이다너를"다니"라고부르고있었는데,

미국시민권신청할때네아빠가갑자기한국이름으로되돌려놓았다.

하필미국시민이되는마당에이름을한국이름으로되돌리는지,그속깊은뜻을엄마는헤아릴길없었지만

(아하,한국대통령을만들려고?)

그때부터미국사람들이너를부를때면발음하기가어려워서"흐흐킁킁"하기시작했다.

네누나들도칭칭,하와유,등으로불리기도했잖아.

네가미국정부직장에들어가면서다시돈이를훠스트네임으로,흐흐킁킁을미들네임으로바꾸었지만,

그래서모든서류나운전면허증,여권등에잘못기입된이름으로얼마나많은불편함을겪었었니.

너희들뿐만아니라,

네사촌샛별이는자기중국엄마조차딸이름을새뷰울로발음하고,

여권에그대로기재된알파벳은너무어려워나도제대로그이름을발음하기힘들더라.

또명기,혜기는어때?뭉가이,하이지등으로불리우지.

그애들미국에처음왔을때영어이름을다지어주었었는데,

어느날,조국의얼을찾으려는지그애들도다시한국이름으로다바꿔놓더라.

하긴,당시에는그게유행이었던것같더라만.미국에서보다한국에서이름을날리고싶은것일까?

돌이켜보니,

미국에와서10년동안네아빠가공부하느라돈벌이하나도못하고있을때우리가굶어죽지않은것은

다네이름덕분이아닌가하는우스운생각도든다.

아무튼,

지금은"돈이"와"흐흐킁킁"둘다네이름에들어가있으니

앞으로돈과명예는걱정안해도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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