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집에갔더니,
그리운별장에온것같았다.
기본적인살림만있는집이라서그런가보다.
페이퍼타월로먼지를닦으려니거짓말처럼먼지가없었다.
울엄마가항상하시던말씀,
"얘,미국은먼지도하얗구나.백인나라라서그런가보다."
세상이바뀌어흑인이대통령이되었어요,엄마.그래도먼지는여전히하얗네요.
앞을봐도,뒤를봐도,옆을보아도,거기에는풍경,풍경,풍경이있었다.
햇볕을따라빨래를널던뒷베란다,
거기에붙어있는거북바위,그바위들틈새로자란RedBud,
음악을틀어놓고,스위스에와있다고치고한잔하며기분내던그곳.
침대보를걷어내고지난여름내내말려두었던솜이불을꺼내덮고,히팅패드를뜨겁게데워서끼고잤다.
북어팔남편없어도그럭저럭괜찮네…
아침에일어나내작업장,부엌의브렉퍼스트테이블로가니,
아~~초겨울의찡한풍경이사방에펼쳐져있었다.나의사랑,나의영혼.
헤이즐넛커피를한잔만들어,
냉동실에있던빵한조각구워놓고,감사의기도를올린다.
이집을산지7년째인데,그중절반은식당을하느라잠만자러들어왔었다.
노는일요일에가끔씩한가하게앉아있노라면,밥벌이다떼려치우고그냥집에서딩굴딩굴,
FM클라식이나틀어놓고멍하니있었으면좋겠다고생각했었다.
그후,가게를팔고나서집에있으니이구석저구석먼지가보이기시작했다.
기본살림살이이외에뭔가더사들이고싶어졌다.
같은자리에몇년동안그대로걸려있는그림들,32인치브라운관소니TV,색이바랜수건들,
자기들끼리자라버린화분들,벌거벗은식탁들,색깔다른침구세트,짝이안맞는커피잔과수저.
죽어라깨지지않는코닝그릇,
그리고부엌책상벽에걸려있는2005년달력.
하루는뭘살까궁리하고,
하루는인테리어잡지뒤적이고,
하루는백화점엘가고,
하루는thriftstore에가고,
하루는이튼알렌에가고,
하루는월마트에갔다.
그러다가피곤하고골치가아파다그만두었다.
못을하나박아도내손으로박아야하고,전구를바꿔도,문고리를바꿔도다내손이가야한다.
나혼자무거운그림을거는것은비싼돈을주고그림을사는것만큼이나고달픈일이었다.
그래서스스로에게최면을걸었다.
"이집은아무것도없는것이더멋있다.청풍명월이나집안에들여놓고살자."
알라바마,그리운내집에다시들르니,
초겨울의청풍명월은약속도하지않았는데,거기에와서나를기다리고있었다.
아유,반갑네.
밤늦도록우리는함께있으며살아있음의기쁨을서로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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