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의 첫날
BY 벤조 ON 12. 16, 2008
새벽1시반,도착2분전.
상공에서내려다본알마티는보름달의반사로눈덮인산들의능선만희미하게보일뿐,
그냥컴컴한땅덩어리였다.
인구100만이넘는다는도시의불빛은어디에도보이지않았다.공항이도시동북쪽에있기때문일까?
알마티국제공항도프랑크푸르트처럼매연때문에목이탁막혔다.
숨쉬기가꺼려졌다.
공항규모는옛날의김포공항보다작았고,작년에가본중국연길공항보다바글거렸다.
화장실은쭈그리고앉는재래식에화장지는물론없었다.
미국영사관직원이차를갖고온다고했는데,그들은안보이고대신한국선교사한분이차를몰고나왔다.
카작말을유창하게한다.
우리아파트창에서보이는앞산,천산산맥줄기
"창문을열면5천미터의눈덮인남쪽산이쫙보인다."
남편이날오도록꼬드긴말중에서가장감상적이고긍정적인부분이었다.
그래서아파트에도착하자마자창가로달려가산을찾았는데,밤중이라서인지구름처럼보이는흰띠만
하늘에걸려있었다.
아끼고싶었다.아침에다시창문을열면서"우와!"하고싶었다.
남편이얻어놓은아파트는13층이었다.작년에새로지은것으로이지역에선비교적좋은아파트라고했다.
가르치는대학의바로옆에있어걸어서5분.
2베드룸이라고얻었는데,여기는거실도방으로치기때문에실제베드룸은하나다.
브라운관티브이가있고,부엌의기본살림,소파와침대,이불도있었다.
다섯송이의빨간장미가생수병에꽂혀있었다.
버스정거장마다거의꽃가게가있는데,가장꽃꽂이를잘한집에서샀다고한다.
마누라가온다고…
이래서딸이많아야아빠머리가깨인다.ㅋㅋ
잠깐졸다가새벽에잠이깨어다시창가로갔다.
창넘어멀리,
백발을뒤집어쓴북한산,인왕산,안산,남산이모두모여거기서단합대회를하고있었다.
우와!
그밑으로는집단수용소같은낡은5층아파트들이줄을지어서있었는데,그런대로조화가되었다.
산은무엇이든지다포용하는가보다.
"해가올라왔어?"
남편이물었는데,무슨뜻인지잘몰랐다.
9시,해가떴으니까환한것아닌가?
사진을찍으려고창가로갔더니아까보다산모습이희미해져있었다.
더러운아파트모습은더욱선명해졌고,스모그인지안개인지가거리에서피어오르고,
길가에는빽빽이주차한자동차들과털달린검은코트를입은사람들이왔다갔다하는것이보였다.
거기에"우와!"는더이상없었다.
해가올라오면산은왜희미해지고,거리의군상들은왜선명해지는것일까?
오후에잠간먹을것을사러나갔다.한20분걸어수퍼마켓에가니깨끗하고다있었다.
salt를물어도아무도못알아듣는다.할수없이혓바닥을내밀고인상을써대니겨우찾아준다.
쥬스,소금,계란,해바라기식용유,스파게티국수등을사고,
아파트앞상점에서야채를사서볶아저녁을먹었다.
스모그인지뭔지알수없는회색의공기속으로,
누렇게뱉어놓은가래침들을피해걸으며첫날을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