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척봐도궁상이다.
이것은설날받은안부메시지의일부이다.(아직설날은안되었지만)
아직도서울의버스나지하철에거지가있는지모르겠지만,
전에는온갖청승을다떨며아버지는육이오때돌아가시고,어머니는아파서누어계시고,
동생들은굶어죽는다는애끓는거지들의호소가많았었다.
(요즈음은(호칭)명사가다업그레이드되어"거지"라고하면욕먹는것아닌지모르겠다."걸사"라고해야하나?)
아무튼,
설날을맞으며몸과마음이자꾸쪼그라들기에무리한송금을했다.
나도돈은없지만,
누구에게조건없이뭘주면쪼그라드는내마음이좀펴질것같았기때문이다.
그래서송금을하고전화를했더니안받는다.혼자사는노인네가왜전화를안받으실까?
좀걱정이되어이메일을보내려고열었더니위의글제목이포함된멜이와있었다.
카리브해작은섬나라에서보낸안부였다.설날에한국음식구경도못하는섬나라에서.
흠…
지금이어떤세상인데구경을못하나…인터넷만열면한국음식이쎄고쎘다…
나는천치처럼중얼거린다.편지보낸사람에게전염이되었나보다.
뭐든지할생각이없으면아무것도안보인다.
처음여기도착한날,배고픈나는스파게티국수를사다삶아양파와소세지를넣고볶아먹었다.
쌀과밥솥이없었기때문이다.
이제는양배추김치도담가먹고,오이나물도만들어먹는다.김밥도싸먹을수있다.
문제는,
하기싫으니까안하는거다.
내남편도학교식당에서주는밥과도시락라면으로내가도착할때까지연명(?)했다.
다행히그는식성이좋아한국음식때문에괴로워하거나,그런괴로움을남에게호소하지않는다.
돈없어한국식당에가서못사먹으니까,그냥학교식당의감자국과안남미밥을먹는것이다.
꿈의카리브해,
정말한국음식이먹고싶어죽겠으면카리브수퍼에나가생선한마리사고,오이피클사고,멕시칸스타일밥
사서,가지고간고추장과밑반찬꺼내큰접시에담아먹으면된다.
호텔에가면100불짜리뷔페다.젠장.
설날,
"나는한국음식구경도못하는곳에서외롭게살아요.당신들끼리잘잡수세요."하는메시지를보며
지하철의거지가생각나는이유는,그"걸사"들을볼때마다
"이제그만청승떨고,밖에나가서벽돌이나날라라"하던심정이되살아나서이다.
어떤사람은자기의어려움을과장해서말하고,어떤사람은그반대로절대말안한다.
내남편은나중에속하는위인이다.
나는아프고나서남에게죽는소리를곧잘하게되었지만,전에는될수있으면궁한소리를안하는
성격이라서부모님조차도우리가미국에서얼마나고생하며살았는지잘모르시는것같다.
그리고우리부부는
"아이고내새끼!설날에떡국도한사발몬으더묵고..하마…"하는목메이는위로를받으면맘이더복잡하다.
세상에는나와다른방식으로사는사람이무수히많으니그들상관치말자고다짐하면서도,
신년메시지로이런걸받으면기분이잡친다.
설날떡국한번쯤안먹으면어떠랴!
미국에서조차도구정과추석이오는지가는지모르고수많은세월을지냈었는데,그때마다한국음식과
고향과부모형제가그리웠다면나는벌써오래전에애가타서죽었을것이다.
떡국맛떨어지는설날메시지,
분통이나니까쪼그라졌던마음이좀펴진다.그러니까"분통"이라는것이마음속에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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