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생각 사이
BY 벤조 ON 2. 20, 2009
"Seeyoulater!(또봅시다)"
잘생긴미국아저씨가윙크하고나갔다.
캐쉬어를하는아줌마가그아저씨뒤를따라가며,
"Hello,why?where?when?(여보세요,왜요?언제어디서요?)"
웃자고하는얘기지만,실화다.
그아줌마는미국아저씨가자기를따로만나고싶어하는줄알았던것이다.
말이안통하면자연히눈치껏짐작하고덤비는게인지상정이다.
내가미국에처음갔을때도물론그랬었고,나자신은모르고지나갔지만위의아줌마처럼미국사람들
웃기는일도많았을것이다.
지적수준과언어수준이차이가많이나는외국생활에서,그래서외국인으로사는것이항상슬프다.
나도7년동안학교에서영어를배운다음에미국이라는나라에갔기에,원투쓰리,예스노정도는할수
있었으나,카작에서는그야말로벙어리처럼응응,으으,하며도리질을해야하니,병신이따로없다.
그래서
카작에여섯달있는동안러시아어알파벳이나띠고가야겠다고생각했었다.
나에게이런용기를준것은선교사들부부였다.
그들은아내들도설교통역을할정도로카작말을잘하는데,처음여섯달동안죽어라언어공부만했기
때문이라고했다.
러시아어를배우면서(카작말과러시아말은물론다른언어다)다시한번느끼는것은,
언어와지적수준은반비례할수록좋은것이아닐까하는것이다.
다시말해,어린아이처럼단순하게언어를배우는것이좋지않을까…
미국에서도가끔씩
영어는못하면서학력만높은한국사람들이다녀가는걸보는데,영어권의문화를무시하려는경향이있어
때로는나를당황케한다.
한번은,
사립고등학교에다니는조기유학생이전과목낙제를해서퇴교명령을받았다.
한국에서황급히온그의엄마가하는말이,
"아니,미국의교육시스템이라는것이고작이거예욧!,통역하세요,빨리!아이들공부좀못한다고내치는거,
한국도안그렇다구요."
교장앞에서눈에파란불을켜고덤볐었다.
나는언어란문화라고생각한다.
미국사람들과이야기할때,
아직도내가버벅거리는것은,말을몰라서가아니라상대편의의도를몰라서이기때문이다.
"불쉿!"
식당의디쉬워시하던애가나가면서내게던진말이다.
나는하루종일기분이찜찜해서일이안잡혔다.저녁이되어바에앉아술마시는손님들에게물었다.
"불쉿이뭐예요?"
"왜?어떤애스홀이너더러불쉿이라고했어?"
그래서그날저녁,
나는미국사람들이흔히내뱉는욕설서너가지를외워서손님들앞에서재롱떨며프리젠테이션을하고
웃어넘겼다.나도접시닦다보면"제기랄!"같은소리나오니까…
겨우여섯달동안카작에살것인데,목적이분명치않은러시아어학습을일주일에10시간씩하자니,
자꾸집어치우고싶어진다.
그러나전차를타면울리짜(길)라는단어가귀에들어오고,
시장에가면"스콜카스토잇(얼마예요?)",그리고간판을더듬더듬읽어나가는맛에계속하고있다.
마치,
내딸이세살`적에KBS와MBC를읽으며신기해했던것과같이.
그래서현지어를유창하게하는이곳의선교사들에게찬사를보낸다.
그들은도착하면무조건현지언어부터마스터하는좋은전통이있다.
몇년만지나면그들은카작어와러시아어로설교도하고,물론통역도한다.부부가다잘한다.
이것이야말로선교사의필수품이아닌가!
선교사들중에서도현지언어에서투르면맨날한국사람만모아놓고교회를하는데,
그것은여기나미국이나마찬가지인것같다.
그래서생각해본다.
한국사람만모아한국어로만목회하는교회가왜그렇게의사소통이안되어싸움질이그치지않는지…
어쩌면,
말을처음배우는아이들이느끼는신선한경외감이없어서일지도모른다.
다른문화를존중하는마음,다른사람의생각을존중하는마음이없어서그런지도모른다.
오늘도,
러시아어시간에남편이,
"에떠마야제나,아나오친끄라씨바야줸시나.(내마누랍니다,매우아름다운여자예요.)"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