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기다리기
BY 벤조 ON 2. 26, 2009
새벽에학원가는길이너무미끄럽다.
그래서남편과손을꼭잡고다닌다.
벌써두번이나미끌어졌지만,다행히다치지는않았다.
학원에가려면전차에서내려건널목을여러번건너야하는데,신호등고장이자주나서교통순경이
수신호를한다.
갑자기,
남편이걷는속력을냈다.
어기적뒤뚱거리면서끌려가며이유를물으니대답은안하고더빨리간다.
네거리,
교통순경이막빨간신호를보내려하고있었다.
나는손을탁뿌리치고서버렸다.
"다음에건너갑시다."
다음신호를기다리며,나는소리를버럭질렀다.
"평생나를이렇게몰아부치며살아왔잖아!
지금처럼이유도모르는채헐떡거리며따라가야했었고…
까짓신호등한번거르면어때!그거건너자고미끄러운길을이렇게내달려야해?"
그러나남편은여전히놓친신호등이아까워조바심을한다.
결혼생활에서나의역할은"맷집"이였다.
남편은매사를혼자끼고주물럭거리다가잘안되면끝에가서야"사후통고(事後通告)"를하는데,
사표내고나서,"나,다른회사로옮겨야겠어",
주식폭락하고나서,"나,집날리게생겼어",
또,사표내고나서,"나,미국으로공부하러가야겠다"
의논한마디안했었다.
멀거니있던나에게,이런"사후통고"들은항상"매질"이었다.
그래서나는매맞듯이견디며살아왔다.
그러면서헐레벌떡여기까지왔는데,
그까짓신호등바뀌기전에건너가려고얼음길에날막끌고가?이제는싫어.정말싫어.
"신호등이길어서늦었습니다."
남편의변명.학원에3분쯤늦었다.
그러나,
남들보다20년늦게출발해서그것따라잡느라숨이찼던,뻔뻔해진나는,그깟3분늦은거
아무것도아니었다.
늦어서미안하기보다는,이젠정말천천히걷고싶다는생각뿐이었다.
아파서자빠진김에쉬어가고,
신호등이나타나면그앞에서느긋이기다리고…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