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의 진실
BY 벤조 ON 3. 4, 2009
아침을먹다가TV를켜니"이미자특집가요무대"가나오고있었다.
남편과나는서로이미자노래를언제부터,얼마나많이들었는가이야기했다.
생각해보니,
"동백아가씨"와또…불어라열풍아,하는노래등내가아는것은몇몇안되는것같은데,
마음속에는,
너무많은이미자멜로디가편안하게진실처럼자리하고있었다.특히,
테너와함께부르는"이래도한세상저래도한세상…"하는노래는
어느시인의노래보다더가슴을찡하게했다.
50대를며칠남겨두고,
지나온나의세월을생각해본다.
60대가된다고해서갑자기주름이팍그어지는것도아니고,(어머,"집으로…"라는연속극에
내빨간테돋보기를쓴아줌마가나오네!),나도아직빨간테안경을쓰고활개치고다니는데,
갑자기더이상50대중년이라고불리지않는것이서운하다니…
그러나,
60대아줌마는혹시신문에나더라도"노인","할머니",등으로나올것이다.
흐흑.
후배가수들이이미자선생님이라고불렀다.왜가수더러,배우더러선생님이라고하는지모르겠다.
그냥선배님,이미자님이라고부르는것이훨씬무게가있어보이는데…
강부자,이순재더러의원님이라고부르지않은것만으로도다행으로생각하자.
다시이미자(선생님)의진실로돌아가서,
이미자는자기의노래가시대의어려움을달랬던도구였다고말했다.
분명그녀노래의전성기는그랬었다.나의전성기도그랬었다.
그러나나는이미자가아니라트윈폴리오,조안바에즈의노래로그시름을달랬었다.
비록내가이미자노래는안불렀지만,이상하게도그녀가말하는정서는지금내가슴에남아있다.
60이되어가니감성이평준화되어가기때문일까?
그녀가대단해보인다.
"당신들,힘들때내노래로많은위안을받았었지!
젊은애들아,일국의명창은이런것이다.너희들도노래를이런사명감을가지고불러야한다!"
큰소리치는그녀를보며,지금그녀의나이를헤아려본다.
TV에는노랫말을전혀알아들을수없는예쁜여자애들가수가등장하고,
그래서우리가못알아들을까봐화면에노랫말을써줘야하고,
교회에는로버트가노래하는것처럼"성령,성령,주소서,주소서,"하는단순반복의복음성가가판치고,
아줌마들은그단순한애들동작을따라하느라뒤뚱거린다.
나도사실,
젊어서는이런것따라하는것에서자유롭지못했다.
그러나이제는내가좋아하는것만할자유가생겼다.
나이가주는선물이다.
누가뭐라건빨간테안경도쓰고다니며,하고싶은말을자유롭게한다.
젊은이들은이걸주책,노망이라고할지도모르지만,절대그게아니다.
남편을"평생웬수"라고말할수있는할머니를누가주책이라고할것인가?
음…속으로,
"주책이네…"라고생각한사람들도있을수있겠지.
그러나이런사람들은보험외판원을"생활설계사"로바꿔부르는비겁한사람들이다.
나는이런교양인들을아주불편하게생각해서만나고싶지않으면안만난다.
그럴자유가이제나에게있다.
그리고
누굴만나고살것인가선택하라면,"평생웬수할머니"를선택할것이다.
아무튼,
나이가먹어가니"자유"가뭔지좀알것같다.
젊어서는어른앞에서말대답하면"죽일년"이었고,
밥먹을때도어른이수저들기전에먼저먹거나,끝까지밥상머리에앉아있으면눈치없다고구박을
받았었는데,이젠
하고싶은말슬쩍해도그만,밥도천천히,생선가운데토막을먼저뜯어도별로탓할사람이없는
그런편안한나이가되었다.
하긴,
아직도여자이기때문에남자노인네보다는서열이좀낮다마는.
그래서,
이미자의"어두운광야길헤쳐온인생아,"라는노래를들으니정말음유시인이따로없다는생각이
"자유롭게"드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