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도모임에서만난분이자신이속한합창단에서존루터의레퀴엠을한다고했다.
그래서갔다.
"레퀴엠이뭐냐?"
"음…진혼곡이라고하는데,카톨릭에서미사때쓰던음악인가봐."
"얘,네남편은꼭청정지역에서살다온것같다."
한국에서오랜만에만난친구의말이다.
고전음악에대해서는아무것도모르는청정지역의무공해채소…
고복수에서부터조용필까지밖에는모르는남편에게레퀴엠은분명지루할것이다.
나도마찬가지다.
더구나죽은자의영혼을위해기도한다는카톨릭의교리는우리에게는낯설다.
아무튼,나는종교개혁이후의세대니까레퀴엠을그냥음악으로감상하려했다.
"네이버에들어가레퀴엠을찾아보세요."
음악도좀알아보고나서들으면더감동이오고,성경말씀도많이공부할수록그깨달음이더깊고,
난해한시도해설을들으면시인의마음이잘느껴진다.
여담이지만,
지난해조선일보의시100선에서해설을맡았던분들을나는참좋아하는데,어떨때는시보다해설이
더좋은것도있었다.
문득,
남편이너무많은것을알아버려오히려혼란하지않을까염려가되었다.
이미오페라도몇개알게되었고,앞으로발레와실내악을감상할기회도많은데…
나이60이넘어음악을머리로이해해서감상하라고말하고싶지않은것은,
온갖고전음악을암기하고난뒤,
음악박사나된것처럼잘난척써먹는"청정지역의무공해채소"를상상하기가싫기때문이다.
그냥지금그대로,독한양념안뿌린채싱싱한겉절이로남아주었으면…
그렇다고계속지루하게내버려둘수도없어,
"부활절이되면우리교회에서칸타타를했잖아요.당신그거들으면서별로감동은못받았지만성경말씀을
보며이해했잖아요.그리고준비하는우리를보며부러워하구요.
또,아이들이어렸을적에오케스트라하면삑삑빽빽해도너무듣기좋았지요?
그러니까,
어떤음악을듣던지거기당신이좋아하는사람이뭔가노래한다고생각하고감상해봐요.그러면지루하지
않을거예요."
그날저녁,나는
기도하는듯한오보에소리에귀를기울였고,
맑게울려퍼지는벨소리에축제의분위기를느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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