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를 떠나며
오월의첫주말여행(3)

아스타나를떠나며

아침에일어나보니눈보라가치고있었다.

우두커니창가에서서밖을내어다본다.쌓이지는않고몰아치기만하는눈.

어제의가든파티가꿈이었던가갑자기가슴이썰렁해진다.

하룻밤새바뀐기후,우리의삶도이렇게바뀔수있다는사실을생각하며.

자동차위에살짝눈이덮였다

알마티로돌아가는비행기를타자배가촐촐해졌다.

한시간40분거리국내선여객기인데도,감자와고기를넣어구운따끈한빵을주었다.맛있었다.

문득,맹물도한잔안주는인심사나워진미국국내선비행기가생각났다.

언제부터인가미국인심이점점사나워지기시작했다.

맥도날드에서도커피크림을꼭달라고해야준다.커피리필도눈치를보고케찹도그렇고아직이나라보다확실히나은것이라고는변소에화장지가있다는것.

경비절감,구조조정이라는명분아래부자인심이사라져가는미국이다.

비행기에서준샌드위치와쵸코파이

가끔은한번씩허리띠를졸라맬필요가있다.

스스로졸라매며살기는정말어렵지만,외부의압력으로졸라매기는비교적쉽다.

내가젊었을때,어른들이말씀하시길,

"살림을늘리는것보다,살림을줄여가는것이더힘들다."고하셨다.

결혼생활30여년,이제야그말씀이이해가된다.

카작은2000년대에들어오면서경제적으로급성장을하기시작했다.

단적으로말해,집값이200배가올랐다고한다.경제불황바로전까지.

길거리에는자동차가넘쳐났고,돈벌기회를찾는외국인들이늘어갔다고한다.

아파트임대료도천정부지로올라부르는게값.그래서지금우리가사는변두리의이원베드룸아파트도

월세가2천불쯤했다고한다.

아직도시내의아파트는비싸다.이제는한국에는더이상없을듯한,구소련연방시절에지어무상으로받았던퀴퀴한냄새나는아파트가돈천불씩한다.

지금은어느나라나홀로서기에안간힘을쓰고있지만,사실상홀로서기가불가능한세상이되어버리니

사람간에,국가간에인심이더야박해져가고있음을피부로느낀다.

손을얹고무엇을소원하고있을까?

우리는약30년전에두바이에살았었는데,그때당시두바이에서제일좋은주상복합에는많은한국인들이

살았다.우리는그곳보다좀덜좋은곳에살면서저축을했다.말하자면,2등한국인으로살은것이다.

어떤사람은인터컨티넨탈호텔아파트에살면서(지금생각해보니그게스위트룸이아닐까짐작된다)

된장국은물론,라면도못끓여먹고오로지우아하게만살았다.

그두바이가요란하게성장하는모습을보며나는항상"사상누각"이라는단어를떠올리곤했는데,

그야말로모래와기름밖에없는곳이기때문이다.

어떤사람은거기서스키를탔다고자랑이대단했다.물론돈자랑이다.

스키는알마티의자연설침블락스키장에서타야제맛일텐데,이상하게도여기서는아무도스키탔다고

자랑해대지않는다.

,

내가사는알라바마는좋은골프장이많기로유명하다.

로버트트랜드존스라는골프장전문가가설계한골프장이여러개있고,기후와지형이골프치기에좋은곳

이지만,그래도알라바마사람들은골프장에갔다왔다고자랑을늘어놓지않는다.

나의아버지는방랑벽이있어서온세상을여행하셨다.

그분은이제90세가되셨고,기억이가물거려서자신이여행했던곳을,심지어딸이살고있는미국도자꾸

잊어버리신다.자신이썼던기행문을펼쳐보아야겨우그추억을더듬을수있는것이다.

슬펐다.

솔로몬의"세상만사헛되고헛되도다"라는탄식이생각났다.

카작에와서살면서느끼는것은,

중앙아시아의역사가보여주듯이이곳에도수많은종족이,수많은동양과서양의문화가지나갔는데,

나처럼남한이라는작고,단일민족이모여사는곳에서겨우미국으로옮겨산사람에게는

이변화무쌍한지역의변화무쌍했던역사를단숨에이해하기가어렵다는것이다.

먼역사까지들출것없이,

가깝게는사회주의체제속에서살던이들주민들과만나도때때로나와생각이많이다름을느끼는것이다.

그래서,

아스타나를떠나며,그들을위해나도기도해주고싶었다.

모든종족과종교가평화롭게공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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