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산 자에게 주는 메시지: 실크로드 (1)
BY 벤조 ON 5. 31, 2009
실크로드첫걸음:타쉬켄트
어떤사람은거기가봐야무덤밖에는없다하고,
어떤사람은물가가싸서좋다하고,
어떤사람은맛있는과일이풍성해서좋다했다.
박물관에걸려있는그림.아직철이일러저과일들은맛을못보았다.
실크로드.
일주일동안우즈베키스탄의타쉬켄트,사마르칸트,부하라,히바를다녀올예정으로떠났다.
실크로드관광은주로경치좋은중국루트만소개되어있어,이곳천산남북로정보가부족했다.
그래도우리는무덤도보고,살아있는사람들도만나고,체리와살구속에파묻히고싶어떠났다.
나름대로열심히지리,역사공부를하고,
베낭하나씩꾸려놓고,
냉동고에못들어간남은오이를썰어얼굴에붙이고나니떠날준비가끝났다.
우즈벡의대영웅티무르의정복로.실크로드와비슷하다.굵은빨간줄은티무르제국의경계.
오른쪽끝은중국,왼쪽끝은터어키와흑해,지중해,남쪽은인도양,북쪽은모스크바등이보인다.
내가사는알마티에서천산산맥만넘으면바로타쉬켄트다.
비행기로한시간반.서울–북경가는정도이다.
타쉬켄트공항의미니버스에는카작부터같이타고간한국아저씨들이앉아있었다.
국회의원뱃지와명찰을달고있었다.뭔가잔뜩못마땅한인상.마치지저분한인간들속에앉아있어
신경질난다는표정들이었다.그러더니후다닥내리기에보니VIP버스로갈아탔다.그랬었구나…
이선생님댁에짐을내려놓고바로무스따낄릭(독립)광장으로향했다.
독립한해를기념하는1991개의분수가물을뿜어대는공원.
대통령궁(집무실)과기타정부기관이주위에늘어서있었다.
"저기보이는저건물이원래는꽤높았어요.그런데대통령이보시기에주위건물과어울리지않는다고
한마디하니까어느날건물이반으로뚝잘렸지요."
타쉬켄트는구소련연방시절중앙아시아의중심지였다.
1966년대지진때도시의약70%가파괴되었지만,다시건설되어도시는쾌적하게잘정돈되어있었고,
지하철과자동차,전차등대중교통수단이잘발달되어있어전혀복잡해보이지가않았다.
주민들도살기좋다고자랑스럽게말한다.
길거리에는온통대우자동차만굴러다니고있었다.티코,마티스,넥시아,다마스.
레닌동상을허물고그자리에독립기념탑이세워졌다.어머니가아이를안고있는조각이있다.
어머니는조국우즈벡,아이는국민.
거기서사진을한장찍고나자안내를하던분이조심스럽게물었다.
"혹시오늘아침한국뉴스들으셨어요?"
"아뇨.우리는새벽6시에떠났거든요.왜요?"
뉴스가항상많은나의조국.그래도새뉴스를들었냐고하니까가슴이철렁한다.혹시전쟁이난것인가?
"노무현전대통령이자살을했답니다."
"네?"
남자넷이그자리에있었는데,
내남편은"아이구,저런…"하고,이선생은"말라꾸예?",김선생은"자살이요?왜요?"했다.
"저도아직자세하게는모릅니다.한글학교에온학생이아침에한국뉴스에서보았다고했답니다."
왜그랬을까,그러면안되는데,참기가막히네,한나라의대통령까지한분이그렇게심약했다니…등등의
이야기를하며우리는마음이심란해져서건성건성독립광장을둘러보았다.
"왠여자동상이예요?"
어머니의동상과꺼지지않는불.
제2차세계대전참전용사기념관옆에있었다.
"글쎄요.여기사람들은이어머니동상을좋아하나봐요.여기저기있어요."
동상을무척좋아하는이들.이들에게도어머니는역시마음의고향이로구나…
다시노대통령생각을했다.
어머니가살아계셨더라면쉽게자살하지못했겠지?
실크로드여행첫걸음에들은노대통령의자살뉴스,
이해하기어려운그사실은계속나를따라다니며,
중앙아시아의역사속에사라져간왕국과왕들,그들의무덤과업적을볼때마다떠오르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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