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보며 산 자를 생각한다: 실크로드 (2)
BY 벤조 ON 6. 1, 2009
결혼지참금,보쌈,그리고체면
사람을만나야여행길이맛이난다.
더구나뽀오얀먼지를뒤집어쓴무덤과왕궁,그리고동상들이즐비한곳을,
관광안내책자만들고다닌다는것은그야말로"보고온것은무덤뿐"이라는탄식밖에는나올것이없다.
도착한날오후,우리는고려인3세의결혼식에참석했다.
입고갈옷을물어보니꼭치마를입으라고했다.바지밖에는없는데…
할수없이혹시나해서쑤셔넣었던너풀너풀한윗도리를뒤집어쓰니그럭저럭우즈벡아줌마같았다.
신부밀바는타쉬켄트에서1시간쯤떨어진시골에사는고려인3세다.
전통결혼식을기대했었는데,신랑신부가독실한기독교인이라서현지인교회에서신식결혼식을했다.
신부는고려인3세로한국말이유창했고,신랑은우즈벡사람이었다.
30여년전내결혼식과비슷한순서였다.
맨끝에가족과친지들이죽나와서서사진찍는것으로끝이났다.
피로연비용이5천불이라고했다.
신랑신부가족과친지를다합쳐도100명이안될것같은데,큰돈을쓰고있었다.
피로연을하는장소는시골의큰식당이었다.
한국에서결혼궁전이라는것을보았는데,그것과비슷하게생겼다.
나팔수둘이나와긴나팔을온동네가떠나가게불어대기시작했다.
곧이어북과피리부는악사로구성된밴드가삐리삐리빵빵하기시작했다.
신랑신부는그들사이를지나피로연장으로들어갔다.
가족,친지들이차례로나와덕담을하고춤을한바탕추고들어간다.
서로돈도주고받는것이우리의폐백비슷한것같았다.
밤11시까지계속한다고하는데,신부가얼마나피곤할까걱정이된다.
신부엄마는동네여걸이라고했다.
중앙아시아의고려인들이대개그렇듯,그녀도자녀교육과이웃봉사에아주열성적인아줌마라고했다.
어느나라어느민족에게나결혼식은가장큰잔치임에틀림없다.
"아가씨가혼전임신을했는데,남자가돈이없어결혼식을못하겠다고하니자살하겠다고합니다."
사마르칸트에서만난한젊은이는이들을위해기도해달라고했다.
그래서알지도못하는그사람들을위해함께기도를했다.돈생겨서결혼하게해달라고…이런기도는
처음해봤다.
그다음날,전화가왔는데6월에결혼날자를잡았다고했다.
"결혼을하려면신랑집에서신부집에지참금을보내야합니다.최소한3천불은있어야하지요.
1천불은지참금,1천불은혼수,1천불은잔치비용으로써야합니다."
대학교수월급이70불에서150불사이인것을감안하면큰돈이다.
"잔치비용을아끼던가,혼수를안하면될것아닙니까?"
"체면때문에그렇게하지못합니다."
체면이라…
아가씨의배는불러오는데,남자집에서는돈이없다뻣대고…
남이보면쉽게풀릴것같은문제도,그사회속에휩쓸려사는사람들에게는이처럼얽혀서자살까지
생각하는가보다.
"그럼보통결혼비용은어떻게마련하나요?"
세계적인불경기를우즈벡청년들도피하지는못한다.실직자가많다고했다.
우리가만난청년들도딱히하는일이없어보였다.
"서로꾸어주고빌리고,부조를하는거죠.간혹떼어먹기도하고…"
"정말꿀데도없으면어떻게하나요?"
"보쌈을합니다.양가에서알면서도묵인해주는거죠.아니면둘이야반도주하던지…"
결혼적령기를꽉채운아이들셋을둔나는,젊은이들이결혼하는것이너무대견하다.
그래도,
체면때문에남의돈을꾸어가며허례허식결혼하는젊은이들의만용은겁난다.
"여기도뜻밖에이혼이많습니다.여자쪽에서받은돈돌려주고안살겠다고하면그만이니까요.
친정엄마가강제로딸을데려오는것도보았습니다."
설마,그럴까생각했지만,
우리가결혼할때도곗돈타서결혼다이어반지,전세값등을쓰고,쓴빚갚느라고허리가휘었었다.
살기가힘이들어도망가고싶었던적도있었다.
아직도어떤사람은일인당300불씩하는디너피로연을열고있으며,
한국의수많은연속극도이런갈등이주제가되고있지않은가.
내가이들보다더문화인이라고말할수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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