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일기장: 아들에게 쓰는 편지 (14)
BY 벤조 ON 6. 2, 2009
6-2-2009
돈이에게,
엄마의부모님은지방에살고계셨기때문에,우리형제들은서울서자취를하며학교에다니고있었다.
내가장녀이니까책임감이있었고,그래서동생셋을무섭게다뤘다.(엄마는안그랬던것같은데,
이모나삼촌들이그랬다고아직도우긴다)
그때식모가있었다.이름은순자.열여덟살이었다.
하루는엄마일기장이다없어졌다.
내가직장에다닐때였으니까,적어도그전대학시절에쓴일기장이몽땅없어진것이다.
나는사람들이많이들락거리는안방차지가싫어,건넌방에순자와함께있었어.
도적이내일기장만훔쳐갈리도없고해서동생들을족치니까,모두들핏대를세우며달려들었다.
"우리가죽으려고환장을했어?감히우리의독재자언니일기에손을대게!그리고우리는남의일기장이나
훔쳐보는그따위동생들이아닙니다!교양인취급을해주세욧!"
당시나는이상한결벽증이있어서내물건에누가손을댈까봐벌벌떨고있었는데,
그래서책꽂이에꽂힌책의순서가바뀐다거나,
책상위의사물들자리가바뀌면금새알아차리고난리를쳤었지.
당시쓰고있던일기장도그래서항상핸드백속에넣어가지고다닐정도로의심이많았었다.
그런데도지나간일기장이없어진것은까마득히모르고있었다.
거의일주일이상순자는물론온식구를달달볶았지만찾을수가없었다.
정말미칠것같았다.
어느날,
겨울옷을꺼내느라다락에올라갔더니일기장껍데기가구석에서나왔다.
알맹이는뜯겨져없었다.
누가이런짓을?
나는방으로내려와순자부터족치기시작했다.
솔직히,
식모가내일기장을훔쳐보리라고는상상도못했다.
나의그난해한사고(思考)의기록을제깟것이본다고이해나할수있으랴…
순자는이실직고를했다.
"언니가맨날술먹고돌아다니고,남자들에게서전화도오고,잠꼬대(헛소리)도잘해서너무너무궁금했어요."
"그런데왜불태워버렸어?"
"언니에게들키면혼날까봐무서워서요."
이렇게해서,내청춘의기록은없어졌다.
뭐,그속에별것이있는것은아니지만,기억력이유난히없는나는지금도친구들을만나그시절이야기를
하면생각나는것이없어서그랬었니?그랬구나…하고있지.
그게좀아쉬울뿐이다.
순자는호기심이생겨일을저질러놓고결국은처벌이무서워일을더크게만들었다.
그녀가조금만사리분별이있었다면얼른제자리에가져다놓으면되었을것을,
주인언니가너무괘팍스럽고무섭다는생각에증거인멸을하려다가오히려
주인언니의보물을아주없애버린셈이지.
돈이야,
이사소한일을너에게말하는것은,너의앞날에혹시이런일이생길까봐서이다.
여자의유혹을받아실수를했을때,
돈의유혹을받아남을속였을때,
그리고권력과명예의유혹에빠져남을비방했을때,
그런경우가혹시너에게올지라도제발,
초기에발을빼거라.
자기잘못을미쳐못깨닫고,나중에처벌에만너무겁을먹으면일을더욱복잡하게한다.
여자문제가생기면마누라에게이실직고를해서더이상일이커지지않게하고,
(예를들어,우물쭈물하다가아이를낳게해서일을아주복잡하게한다거나…)
뇌물성의돈이나부당한이익을취하게되면얼른제자리로갖다주고,
(누가밥사준다고너무좋아하지말고,콘도나주식을사서돈을좀벌어볼까…하는생각도하지마라)
쓸데없이윗사람에게아부할필요도없다.
(동료마이클은좋은보직을받았는데,나는뭐야?…이런불평도하지말고)
아무튼,
네생각에실수를했다고느끼거든얼른반성을하고,솔직하게실수를인정하여용서를받거라.
용기란,
잘못을감추는것이아니라,잘못을과감히시인하고용서를구하는것이다.
네가크리스챤이기에,
너의하나님앞에서어떻게해야하는지알고있으리라믿는다.
때가되면,너에게도좋은가정과,먹고살만한재물과,명예가돌아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