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노프궁전도아니고,나보이극장도아닌집단농장구경을갔다.
김병화꼴호즈(집단농장).지금은협동농장으로부른다.
유명한여행안내서"론리플래닛(LonelyPlanet)"에도실리지않은곳.
그러나타쉬켄트에들리는한국인은꼭이곳을찾는다.
"이땅에서나는새로운조국을찾았다."
실내에들어서니김병화씨의사진과함께가슴섬뜩하게눈길을끄는구절.
구소련연방체제에서집단농장을잘경영해금별훈장을두번이나탄김병화씨의고백이다.
언제이말을한것일까?
훈장을받기전일까,받은후일까?
받기전에마음을굳게먹고우즈벡땅에뼈를묻겠다는각오로일했다는뜻일수도있고,
훈장을받은후에감격을말한것일수도있다.
나는두가지심정을다이해할것같았다.
우리는한국에서쫓겨미국으로간것은아니지만,
미국에서뿌리를내리고아이들을기르기위해서는우리도이런각오가필요했었다.
가져간돈도없었고,기댈친척도없었고,있는것이라고는알아주지도않는한국의대학졸업장뿐이었다.
거기다그졸업장을증명할만한영어도제대로못했었다.
그러나우리가족을받아만준다면,미국을새로운조국으로삼고열심히살아볼각오를했었다.
"우리오마니는그저공부해라,러시아말해라,그래야여기서살아남는다,그랬시오.우리남편나,모두
모스크바유학갔다왔드랬지요."
안내하는아주머니의말이다.
이것도낮선말은아니다.
중앙아시아의고려인들뿐만아니라,나도우리아이들에게공부해라,그래야이미국땅에서살아남는다,
그랬었다.
이민자란,현지인2등보다10점은앞서야1등상을가질수있는법이다.그만큼현지인의텃세가세다.
거기서현지인제치고금별훈장2개를탄다는것은대단한일일것이다
방명록에국회의원들의서명이보인다.
그러고보니,도착하는날공항에서본인물들도있네.
방명록을앞으로거슬러올라가보니황석영씨의글이보인다.
"달밝은밤이면수만리가한마을"
2009년5월11일
‘한국의소설가‘
황석영
가슴이찡했다.역시‘한국의소설가‘가‘한국의국회의원‘보다마음에든다.
김병화꼴호즈에서일하며노력훈장을받은사람들.
미국시티즌선서를하며나는울었다.
그동안보살펴준미국에감사해서울었고,
나를낳아길러미국까지보내준어머니의나라에게고마와서울었다.두나라다에게효도하고싶었다.
그러나,선서식전에미국은나에게물었다.
"만약두나라간에분쟁이발생한다면당신은미국에충성을다할것입니까?"
"네."
그렇게충성을맹세하고나서도,달밝은밤이면나는어머니의나라를그리워한다.
그리고,
수만리가한마을인이세상에서,
지금이순간도어머니의나라가소란해지면잠못이룬다.
먼훗날,
누군가가이국땅에서또훈장을받았을때,
내조국의후손들이나처럼방문하기를간절히바라는데,
그건,나의자랑스런조국이있어야가능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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