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사진
네돌날아빠는일부러출장을가버렸다.
너는한복을안입겠다고울고뻣대고,네살과다섯살인누나들은별도움이안되고,
요즘처럼카메라가좋은것도아니고…그래서도저히사진을찍을수가없었다.
아빠는"뭐중동까지와서아이돌상을차리느라야단법석이냐"고말을안들어줘서음식장만도못했다.
아빠가없는돌날저녁,
그래도아는사람들이찾아오기시작했다.
당시두바이에는한인들이이웃사촌처럼살고있어서돌잔치나아이들생일에도잘모이곤했었다.
엄마는당황하기시작했다.
음식이라고는만두몇개빚어놓은게다인데…
지금도어떻게그날저녁을보냈는지생각이안난다.
너무고통스러웠던일은기억이잘안난다는심리학자의말도있던데…
너는한복을안입으려고떼를쓰고,
만두빚어준미세스김은임신중이었는데,배가땡긴다고집에가버리고(결국한달동안병원에입원해
있다가아기를잃었다),영문모르는손님들은들이닥치고…
그래서,
네돌날을생각할때면우리를그렇게내팽게치고달아나버린네아빠가너무밉다.
아빠는다음날보란듯이돌아왔다.뭘보란듯이냐고?
첫째,사람들부르기좋아하는내버릇을꺾은것.
둘째,돌잔치를허례허식이라고생각하는자기주장을관철시킨것.
셋째,사람들만나괜히웃고떠들고시간낭비하지않은것.
두돌이되어서야겨우한장찍었다.양말도못신은채…뒤의글은미세스김이써준것이다.
그래서,
너는돌사진도없는소위"귀한아들"이되었다.
혹시라도나중에네아들이"아빠는왜돌사진도없어요?"하고물으면,
우리집안의가훈이"돌사진안찍기"라고해라.
작은누나도없으니까.
작은누나의돌에도아빠는아프리카에있었다.
둘째딸이라서인지친척들이아무도오지않았다.아,총각이었던작은아빠가왔었구나.
그래도그땐한국에살때니까엄마혼자서라도이것저것상을차리고,
예쁜원피스사서입히고스냅사진을하나찍어놨었지.
다행이큰누나는집안의첫아기라서외할머니께서돌상을제대로차려주셨다.
"리나"라는아주예쁜아가가있는데,
엄마,아빠와떨어져조부모님밑에서돌을맞이하게되었다.
할머니가온갖정성을다들여돌상을마련하고,행여나중에라도엄마아빠가사진에없는것을서운해
할까봐부모의사진까지옆에다놓고돌사진을많이찍었더라.
그걸보며,
너에게미안하다는생각이들었다.
아빠가안계시더라도사진을많이많이찍어둘껄…
대신,
네가애기낳으면첫돌때내가사진많이찍어줄게.그러니
빨리결혼들하거라.엄마기운빠지기전에.
그때우리는두바이에살았는데,시장엘가려해도엄마는운전을못해아빠가꼭데려다줘야했었다.
Share the post "아들에게 쓰는 편지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