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인터넷이 만나는 실크로드 (8)
"한번쯤은부하라에서길을잃고헤메어보는것도좋다."

어떤여행가이드책에서추천(?)했는데,

곳곳에들어찬장사꾼들과더운날씨에지쳐,우리는점심을먹고거길떠나기로했다.

아르크성.19세기?

히바로가는길에,

부하라칸국의마지막왕아리무칸(영어표기는EmirAlimKhan)이지은여름궁전에들렀다.

번역하면달과별의궁전이라는뜻.

1918,이미사마르칸트를정복하고부하라를옥죄오던러시아에부하라의마지막왕아리무는항복했다.

그후1924년부하라왕국은"우즈백SSR(구소련연방)"에합병된다.

마지막왕의별궁.

그호사스러움을보면서마음이씁쓸하다.망하려면뭔짖은못하나

관광객에게가장흥미로운곳은연못(수영장)이다.

국제규격수영장보다커보이는이연못은당시잠자리수청(bedmate)들여인을뽑는자리였다.

왕은옆에세워진누각에앉아여인들이물속에서노는모습을보다가,

그중마음에드는여인에게사과를하나던진다.

에구,조선의현대판아리무가흉내낼까봐겁난다.

당시이미50와트의러시아제제네레이터를썼다고하니,촛불무드는없었겠다.

오른쪽맨위의사진이연못.내가찍은사진은잘안나왔다.

내부에는중국것인지페르샤것인지,아니면우리동네"피어원임포트"의물건인지구별이잘안되는

항아리들이전시되어있었고,그동안보지못했던호화로운샹들리에와페치카의장식이현란했다.

궁전가운데는영화에서보는유럽왕실의무도회장같이생긴넓은홀이있었다.

19-20세기초의부하라왕실을보여주었다.

궁전안팍곳곳에여자들이죽치고앉아있었다.

온주민이관광사업에종사하고있는것같았다.여자들은안내,남자들은택시운전사.

그리고시장에가면남녀구별없이모두장사에나선다.현금장사라서짭짤할것이다.

죽어라시장개척하고물건팔아도이익금조차제대로송금못하는외국장사꾼들의고충을

이들은모를것이다.

사진을찍는데아줌마들이달라붙었다.

"핼로,곤니치와,세세,살라마리꿍야뽀니,키타이,까레이?"

짬뽕하려다그만둔다.입열었다가한번걸렸다하면뭘꼭사야하니까.

그냥웃고만있으니까자기도사진찍어달라고한다.

남편을모델로세웠다.

아줌마들이사진모델비달라고할까봐얼른도망치듯이나왔다.

사라르칸트의어느학당에서는그로테스크하게차린아줌마가200쑴달라고했었다.

아르크성.위의첫번째사진과같은성이다.

히바를향하여40분쯤달리는데,갑자기운전사가길옆의폐가에차를세웠다.

방금검문소를지났는데도말이다.(우즈벡의국도에는검문소가많은데매번차를세우고검사한다.)

운전사는자동차후드를열고한참들여다보더니,

"개스발브가이상합니다.이대로는5시간못달려요.그러니다시부하라에돌아가고쳐야겠는데,

10분이면되요."

성질이팍났다.

에어컨잘나오는좋은택시라고해서돈을더주었는데,사막한가운데서고장이나다니

그렇다고어쩔것인가?

"우리아들차가있는데,에어컨은없지만그거라도오라고부를까요?"

시간은이미오후3시가넘었고,땅은끓고있었고,부하라에돌아가하루밤더잘생각도없었다.

성질을참는것외에는빠른해결방법이없었다.

택시운전사가간절한눈빛으로우릴쳐다보았다.

"부하라에돌아가서딱15분만기다릴겁니다.그동안우린인터넷방에가있을게요."

휴대폰,인터넷…이젠사막한가운데서도겁날것없구나.

중년의택시운전사는여기저기물어우리를피시방까지데려다놓고,부리나케정비소로향했다.

그는딱30분만에고쳐가지고돌아왔다.

"운전사가호텔까지예약해두었답니다."가이드가안심한듯말했다.

사막의지평선으로해가떨어지는것을보며차속에서나는잠이들었다.

깨어보니히바의호텔이라고했다.

이거야원,내가꿈을꾸고있는건가?차는어떤컴컴한골목에서있었다.

"잠깐차에있어봐.내가먼저들어가서잘만한지보고올게."

시간을물어보니11시가넘었다고했다.희미한가로등불빛아래

남편이나오더니"당신이들어가보고와."한다.

이밤중에,이골목길에서내가들어가본들뭘어쩌란말이냐!

다행이목욕실과화장실이방에붙어있었다.휑뎅그러니넓은방에는촌스러운침대보가깔린

싱글침대두개가있었다.거기서그냥잤다.

일찍잠이깨어일어나나가보니,골목끝으로성벽이보였다.

어찌되었건,우리는히바성안에서잔것이다.

호텔(?)이라는곳앞마당이마치시골시댁마당같았다.

굿모닝.

주인은식당에아침식사가준비되어있다고했다.

아,쌀씻어아침밥지어야하는시댁은아니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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