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유감
도대체왜여인들은명품가방을사서남편의출세길을막는것일까?

뮌헨에서우리는관광가이드를불렀다.

좋은관광가이드를만나면여행이아주맛있기때문이다.이태리에서바티칸을볼때그랬었다.

가이드는몇군데관광명소를보여주더니우리를명품거리로안내했다.

어느도시건명품거리는한인들의관광코스로자리매김을하나보다.

마침일요일이라서인지문이많이닫혀있었다.

"여기까지다리아프게걸어왔으니,윈도우쇼핑으로안목이라도높이자."

가이드가미안해하지않도록적당히보고지나쳤다.

뮌헨의명품거리

비엔나의한상점에는이런간판이붙어있었다.

한글로"명품점"

영어로"DutyFree"

한자로"免稅點(면세점)"

나는남편,,조카를붙들고,

",저거좀봐라.어떤게맞는거냐,명품점,면세점?"

"그게뭐중요해요?"

"왜한국어만명품이라고썼을까?누가써줬을까?"

결국,

나는별쓰잘데없는트집이나잡는이상한할머니가되었지만,

오늘아침뉴스에서명품핸드백을샀다가남편출세도못시켰다는뉴스를보면서,

그사람이이런거리를종종걸음쳤을것을상상해봤다.

명품쇼핑에대해서나도웃기는경험이많다.

80년대초,중동에살다가귀국할때였다.

오일달러가넘치는중동은자동차부터마시는물까지온세계의명품이다모여드는곳인데,

마침,

본사에서출장나온직원말이"열심히저금한오일달러를그냥가지고귀국하면바보"라고했다.

그는한국에서인기있는명품리스트를적어주면서,그걸이삿짐으로가져가면무조건남는다고했다.

어떤것은서로사가려고아우성치는것도있다고했다.

그래서,

이태리가구,영국제본차이나디너세트,소니TV.산스이오디오세트,벨지움카펫,스칸디나비아밍크코트,

또뭐가있더라

,필립스세탁기와매직쉐프가스레인지,휘슬러압력밥솥,보헤미아크리스탈샨데리어…헤헤.

모두다살림을호화롭게할명품이었다.

앤티크피아노.독일박물관.

우리가짐을푼친정집은떠나기전에는큰줄알았는데,돌아와보니그살림을풀어놓기엔턱없이작았다.

그래서베란다에박스도풀지못하고그대로쌓아놓았다.

곧이어장마가오기시작했다.

나는그명품들이비맞을까봐너무걱정이되어잠이오지않았다.그래서여기저기친구들에게전화를걸어,

"내살림좀사라.정말좋은거야."사정을했다.

당시30대중반의내친구들은그런고급물건을살형편이안되었는데,그래도궁금한지꾸역꾸역모여들기

시작했다.그들이올때마다나는동네중국집에서짜장면,탕수육을불러먹이고수다떨고하루를보냈는데,

얼마니?하고물으면입술이달달떨려본전보다더부를수가없었다.

그래도아무도사가는사람이없었다.

비엔나보물박물관.보물이하도많아서뭐가뭔지생각이안난다.

비는주룩주룩오고,친정식구들은나더러미쳤다고매국노취급하고,물건은안팔리고

하루는,

남편이압구정동의가구점사람들을데려왔다.

그들은우리가산물건의원가를정확히알고있었는데,

"운임비와,세관통과할때내신돈을쳐서드리지요."

하더니정말원가에다운임비와세금만딱붙여돈을쳐주고다가져갔다.

우리부부는그나마밑지지않은것만도다행이라고생각하고시원해했다.

독일박물관에있는1951년UNIVAC컴퓨터.미국최초의상업용컴퓨터로방크기만하다.

그다음해에미국으로유학갔는데,

만일그고급살림을껴앉고살았다면유학길을향한발걸음이떨어지지않았을지도모른다.

아무튼,

남들보다더힘든유학생활을하던어느날,4년만에한국방문을하게되었다.

이번에는어떤교수부인이이렇게말했다.

"에스티라우더(그때는이렇게발음했었다)금딱지있잖아요?그영양크림세통만사가지고가면

비행기값이떨어져요."

그때,텍사스알링턴이라는곳에살았는데,근처의백화점을다뒤져도그영양크림은없었다.

나중에달라스까지나가거기서겨우두통을샀는데,한통에200불씩이었다.

화장품가게점원들이자기들끼리킥킥거리고웃었다.생기기는뭣같이생긴아줌마가비싼화장품을

현금으로떡사니까

결론부터말하면,

이번에도그화장품을못팔아서,한통은친정엄마에게떠맡기고,한통은선물했다.

친정엄마는,

",이걸바르면주름이화악펴진다니?"하고,

여동생은,

"언니,그거남대문도깨비시장에가면더싸대."했다.

비행기값600불은커녕,망신만톡톡히당하고말았다.

페르가몬유물(기원전500-1000?)속의삼성모니터.베를린박물관

나도명품이왜좋은지안다.

그러나명품을쓸주제가될때를기다리다보니,아직도그냥구경만하는신세다.

나는아이들이셋있는데,

딸애들은명품타령안하고그럭저럭사춘기를잘넘겼는데,아들은그놈의나이키신발타령을너무해서

할수없이당시거금80불을주고한켤레사준적이있다.

그런데,몇번신지도못하고학교로커에서도둑을맞았다.

그가슴아픈사건이후로아들도명품을안산다.

비엔나보물박물관에서.저왕관을사진으로나마써보려고했는데핀트가안맞았다.

사실,

검사부인쯤되면명품을가질수도있다.거기다친정이부자라면뭐가문제인가.

다만내가아쉬워하는것은,

만일대통령이나검사부인,존경받을만한지위에있는분들이

이름은없지만개성있는멋쟁이가방을들고다닌다면더멋있어보이지않을까하는것이다.

나이가들면,좀가꿔야남보기에도좋고,대접도받지만,

꼭명품으로나이값을해야하는지그것은의문이다.

돈만있으면가질수있는명품.

그래서명품은돈이있다는것만말해줄뿐이지,그사람의개성이나인격을나타낼기회는막아버린다.

그래서명품유감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