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손의 낭만

"일행이많아질수록일정은꼭맞춰야한다."
인솔자인남편의지론이다.당근.
"그럼,이번여행도먹고,타고,자다가노라?"

증명사진찍고허겁지겁이동또이동…그런여행,하기싫다고했다.
그랬더니,
일정을맞추면서도추억이남는관광을하자고,큰딸이중간중간음악회관람을끼어넣었다.

잘쯔부르그성.

잘쯔부르그의음악회.
모차르트가레파토리다.

독일,오스트리아는물론이고멀리체코까지도모짜르트를상품화한다.

태어난곳,자란곳,연주한곳,죽은곳…
그날은일본계이름인피아니스트와오스트리아인바이얼리니스트의듀엣.

관광객차림으로음악회엘가기가미안해서훌렁뒤집어쓰는너풀너풀한옷하나를가지고다녔는데,

비가억수같이쏟아져이것도척척달라붙어볼품이없었다.
그러나어깨를다내어놓은드레스의여인들사이로운동화에바지차림인관광객도제법끼어있는것을보니

이연주회도관광객을배려(?)한것같았다.
아름답고아늑한옆방에서는펩시콜라를팔고있었다.

음악회가열린작은방

예전엔다이렇게호화로운자그마한홀에서연주를했다고하지만,
평평한바닥에의자를잔뜩가져다놓은리사이틀장소는
앞사람의머리통에가려연주자가전혀보이지않아잠자기에안성맞춤이었다.
맨끝줄에앉아서실컷졸았다.아름다운자장가를들으며…

비엔나필하모닉홀

유럽의유명오케스트라는여름에는쉰다고했다.일년동안기다리던휴가니까…
그래서심퍼니대신오페라를보기로했는데,
"아이다"는한달전에이미표가다팔려미국서예매할수가없었다.
다행이,
비엔나필하모닉홀에서공연되는모차르트와바그너컨서트표가있었다.
아름답기로유명한컨서트홀이라고했다.

그러나이미호화로운궁전을수없이보고다닌내눈은,그런가부다…정도의느낌만전달한다.
"카작의오페라하우스도이만큼멋있다!"
무심코내뱉고보니,유럽인들의자부심에찬물을끼얹은거다.

이음악회도관광객을위한공연처럼보였다.
체임버오케스트라단원들은모두파스텔칼라의궁정악사복장에가발을쓰고연주를했는데,

그곡목또한아름답고달콤한것들만골라서우리를즐겁게해주었다.
"듣기좋은음악이연주하기가더어렵다"는말을상기하며,
그들의깔끔한연주에박수를보냈다.

중간에역시잠간씩졸았지만…

부다페스트오페라하우스

부다페스트에서의오페라"칼멘"은뜻밖의감동이었다.
오페라하우스도으리으리했고,가수들도잘불렀다.
여기는관광객을위한공연이아니라정기공연인것같았다.4층까지꽉찼다.
우리는조금늦게도착해서겨우입장해발코니삼층맨꼭대기에서서인터미션까지봐야했다.
중간에나는미안,미안,하면서사람들사이를뚫고들어가계단앞줄에앉았는데,로열박스같았다.

부다페스트거리의악사.
2유로짜리두개를바이얼린통속에던져넣고사진을찍으며"너무많이줬지?"되물었다.

프라하의젊은악사들.

"첼로가넷이면?"
"첼로4중주."
남편과이런대화를나누며한참지나갔는데도그첼로의여운이남는다.

통이큰악기가소리도멀리간다더니…

인형극(marionette,메리오넷)오페라"돈죠반니"
체코는인형극의나라라고하지만,도대체인형극으로어떻게오페라를한단말인가…
궁금하기가이를데없었다.보고나니
한마디로,
보통오페라보다훨씬재미있었다.

참고로,

위에서끈으로인형을조정하면메리오넷인형극,아래서손을넣고하는것은페펫(puppet)인형극.

무대에특수유리를장착한듯,작은인형이거의사람실물크기로비친다.
인형을놀리는사람의손까지다보여주는데,그손이마치소인나라의걸리버의손처럼크게보이니까말이다.
음악은물론레코드플레이어를틀어놓는다.
하이라이트만을해서그런지그다지길지않고,

실제오페라의무대장치보다인형극무대가훨씬아기자기재미있고지루하지않았다.

"돈줘봤어?"
"오페라이름이뭐그래."
"돈판의이태리식발음이래."
아,그제야감이잡힌다는눈치다.

"그러니까돈판과이여자,저여자가들랑날랑하다가끝나는거예요.누군지다기억할필요는없어요."

스토리를알려고애쓰는아빠에게친절한딸의설명이다.

"마술피리"도인형극으로하는지…

우리가들렀던대도시들의대성당앞에는중세복장을하고음악회표를파는세일즈맨들이버글거렸다.
인형극돈죠바니표는민박집에서샀지만,

관광객을위한음악회표라면미리예매를하지않아도현지에서도쉽게살수있으리라고본다.

그러고보니,
쫓기는여행일정을음악회는더쫒기게만든것같다.

먹고,자고,타다돌아가노라…에"듣고"가추가되어…

길손을붙드는낭만은거기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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