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번개를동반한폭우"가쏟아지는날,
여러분들,
창문을활짝열어놓고"카미나부라나(CarminaBurana)"를들어보세요.
창쪽으로등을대고쏟아지는빗줄기의튕김을맞으며,
사이키딜릭번개조명과구르르릉거리는천둥의협연을함께감상해보십시오.
어제밤,야외음악회를다녀왔습니다.
워싱턴D.C.의내셔날심퍼니여름컨서트였지요.
WolfTrap이라는공원의야외음악당.그러나근처에는하루종일비가쏟아졌는데,
저녁공연시간까지도내렸습니다.
저희는지붕이있는좌석을샀지만,
여름밤별빛아래서음악을즐기려는사람들은잔디밭에앉아있었습니다.
비가오락가락하고있었어요.
1부는디즈니의"판타지아"에나오는곡몇개를연주했습니다.
"워싱턴코러스(TWC)"와아주거대한오케스트라가뿜어내는아베마리아는,
정말성모마리아도감동할거라는생각이들었습니다.
많은사람이힘을합쳐조용하게부르는노래,그건정말산을움직일것같은저력이있었습니다.
크고우렁찬군가보다더욱…
인터미션에는가랑비가오다말다했습니다.
해는이미졌고,몇개의반딧불이큐피트의화살처럼누군가의머리위에꽂힙니다.
하얀셔츠와검정바지를입은풀오케스트라와합창단의모습이정말위풍당당했습니다.
그랜드피아노두대,하프도두대,또뭐가더있어라?아무튼무대가꽉찼더라구요.
작곡가가그걸요구하는가봐요.
2부CarminaBurana가시작되었습니다.
OFortuna가연주되는동안약간의번개가스쳐지나갔습니다.
곧이어바리톤이나왔는데,구르르릉~하는천둥소리가피아니시모로들리기시작했습니다.
가수의목소리와그천둥소리가잘어울린다고생각했어요.
한줄기시원한바람이우리사이를뚫고사람냄새를싹쓸어가네요.
OFortuna가끝나자몇몇사람이손뼉을치려다주춤합니다.
지휘자EmildeCou가돌아서더니계속치라고손짓을합니다.
모두크게웃고신나게박수를쳤지요.
박수를치니천둥번개때문에오그라들었던마음이확펴졌습니다.
바리톤이봄의노래를하는데,굵은빗소리가들리기시작했습니다.
세상에,
봄을노래하는데,장대같은비가오고있네요.
풀과나무에쏟아진빗줄기는푸른냄새를몰고와서우리의귀와가슴을시원하게해주었습니다.
뒷자리잔디밭에앉은사람들걱정이되기시작했습니다.
지휘봉은합창대와오케스트라를향해있지만,마치천둥번개와빗소리도지휘하는듯,
시시때때로천둥의고함과번개의현란한조명이울려나옵니다.
신기하게도천둥은모든오케스트라소리와다잘어울리더군요.
팀파니연주자가할일이없어지게생겼습니다.
테너가와인에취해해롱거리는포즈로나와서이상한동물의소리를내고들어갔습니다.
아무려나,다듣기좋게잘어울렸습니다.
굵어지는빗소리와점점더강해지는사이키델릭조명의번개,그리고아직은그르렁거리기만하는천둥소리…
아,정말이음악회는자연과인간이하나가되는음악회네요.
소프라노가나왔습니다.
합창단은크고단조로운합창을계속하고있는데,천둥이점점포르테가되어울리기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소프라노의미친듯한고음이그먹구름을찌를듯올라갑니다.
하나님,
당신은아시나요?저소프라노가무엇을부르짖고있는지?
제등이촉촉하게젖어오기시작했습니다.
물보라가튀는거겠죠.
뒤를돌아보니우산을쓰고잔디에앉은사람들은아직도거기에서천둥과번개,폭우와오케스트라의협연을
의연하게감상하고있었습니다.
가끔씩들리는미국여자들의앵앵거리는목소리도음악처럼아름답습니다.
미국아,
나는너를사랑한다!
갑자기그렇게외치고싶었습니다.
제가그렇게소리쳐도그외침마저저위대한음악속으로빨려들어가겠지요?
조는듯했던바리톤이다시일어나사랑의노래를부르기시작했습니다.
"어머,저사람졸다가이제정신차렸나봐."
그는우레를이기려는듯온힘을다하여노래를불렀는데뒤로자빠질것같았어요.
정말우레의신크로노스의목소리같더라구요.
청중들이흥분하기시작했습니다.
앞에서는크로노스와몇백명의합창단이노래를부르지요,뒤에서는진짜우레가치지요,
번개는첨단조명처럼번쩍번쩍하지요,빗줄기는솨솨솨솨끊임없이소리를내고…
누가이상황에서흥분을안하겠습니까!
저는마치신과인간의경계에앉아있는것같았습니다.
인간이지휘하는내셔날심퍼니를바라보며,
등뒤로는창조주가지휘하는자연의심퍼니를듣습니다.
지휘자를비롯한음악가들은각자좋은음을만드느라혼신을다하고있고,
위에계시는하나님은천둥과번개,폭우를내리시면서백뮤직을연출하고계십니다.
그둘이이토록잘화합할줄미쳐몰랐습니다.
가슴이뻑뻑해졌습니다.
이렇게,
한여름밤의컨설트는천상과지상의웅장한화음을듣게해주었습니다.
다끝났습니다.
천둥번개가몰려와도심퍼니는잘끝났습니다.
우리는모두일어서계속환호하며박수를쳤습니다.
모두다감동했어요.흥분했어요.
그러고나니,
힘든세상살이에용기가생겼습니다.
비가그쳤더군요.
흠뻑젖은사람들도,뽀송뽀송한사람들도모두
한여름밤의꿈에서깨어난듯흩어져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