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17)

돈이에게

창가에앉아비내리는동네를내려다보고있다.
플로리다로다가오는태풍소식을들으며,여기도태풍의계절이되었구나…생각하면서.

오늘,김대중전대통령께서돌아가셨다.
올해들어두분의전직대통령이돌아가셨네…
"대통령임기가짧아지니까그럴꺼야."
아빠는아주사무적으로대꾸했다.

엄마가갓서른살이었을때,박정희전대통령께서돌아가신후로,

올해노무현전대통령께서돌아가셨을때까지30년의세월이지나갔지.
그동안엄마만늙은것같구나.

광주사태가일어난1980년,너는엄마뱃속에있었다.
그해여름,

아빠는아프리카에계셨고,엄마는누나둘을데리고네외가인군산에가있었다.
외할아버지는병원리모델링공사를하고계셨는데,

비가너무와서기초공사에지장을줄까봐염려하시던생각이난다.

간호원들과사무장,운전하던미스터리,그리고외삼촌친구들이들락거리며,
"광주에서뭔일이벌어졌다는데,들어가지도나오지도못한답니다."했었다.

외할머니께서는임신한딸이태교차원에서혹시충격을받을까봐서인지쉬쉬했었다.
그때,
엄마가충격을좀받고,정의사회와이념에대해서좀더열심히생각을했었더라면,
지금쯤네가민족과조국과인류의미래를위해분투하는열사가되지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동안엄마가김대중전대통령에게마음속으로간절히바랐던것은,
모세처럼자기의백성에게,

"이스라엘이여너는행복자(幸福者)로다…(신명기33:29)"라고축복하고,그처럼

백성을위하여하늘의뜻과율례를다시정리해서남기셨으면…하는것이었다.

너도잘알듯이,
모세는온갖고생끝에가나안땅바로앞에도착하여,

자기는그땅에못들어간다는하나님의말씀을들었다.인간적으로얼마나기가막혔겠니?
그래도그는하나님말씀에순종하여자기가할본분을다하고돌아갔다.

"여호와의종모세가여호와의말씀대로모압땅에서죽어…
오늘까지그묘를아는자없느니라…
이스라엘자손이…30일을애곡하니라…
그후에는이스라엘에모세와같은선지자가일어나지못하였나니,
모세는여호와께서대면하여아시던자요…
모든큰권능과위엄을행하게하시며,온이스라엘목전에서그것을행한자더라.
(신명기34장)"

그때그무리의지도자모세의마지막모습을성경에서보고,

광야에서헤매던이스라엘백성못지않게불평이많은오늘날의우리모습을자각하며,

엄마는오늘애도한다.

김대중전대통령의서거와,
그의축복의메세지를애타게기다렸던나의모습에대하여.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