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신문에난친필일기를보니아쉬움이좀남는다.
아래사진의첫번,두번째일기는한글전용세대를배려해서한글로만쓰신모양인데,
사진의세번째일기에서는그분의평온한말년을상상해볼수있었다.(사진과아래기사는donga.com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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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학교다닐때한문을배웠던세대다.
오랫동안한자섞인신문을읽었으며,
회사에다닐때는이력서나문서기안을할때한자를섞어서사용했었다.
그리고,
시골에계신아버지로부터편지를받아보면,한자가너무많이섞여있어읽는데시간이좀더걸렸었다.
그래도아버지가쓰신편지속에는항상아버지의모습이담겨있어(당시에는’필체가그사람을나타낸다’고
믿고있었다),어려운한자조차도다정한아버지의한부분처럼여겨졌었다.
그아버지가아직도일기를쓰고계시다.
가끔씩어머니에게일방적으로당하고나면,일기장에다화풀이를써서잘보이는곳에펼쳐놓고나가신다.
펼쳐놓은일기를보신어머니는우리더러,
"저영감이나더러밸뚝쟁이독한마누라라고하더라!온갖흉을다봤어,거기다가…비겁하게대놓고
말하지는못하면서…"
90세가되어서도일기를쓰는아버지는,
젊었을때는절대로안보여주다가몇년전부터슬쩍슬쩍펼쳐놓기시작하는데,
그럴수록우리는아버지의안펼쳐진옛비밀일기가더욱궁금해진다.거기에는분명아무에게도보여주지못할
혼자만하고팠던말들이기록되었을것같기때문이다.아버지의젊은날의비밀은무엇일까?
아,참,
내가하고싶은말은,
(홈페이지의공개된일기장에는친필이아니라한글워드로되어있었다.)
내경험상,
한글로’인생’이라고쓰는것보다한자로쓰는것이더빠르고편하기에그분도그러셨을것같고,
만일그러셨다면좀더가까이서뵌듯하지않았을까…
위의세번째일기처럼,
"이제아름다운꽃의季節이자薰風의季節이왔다"가
"이제아름다운꽃의계절이자훈풍의계절이왔다"보다더DJ답게느껴지지않는가?
적어도그의나이를헤아려볼때그렇다는것이다.
1월에쓴일기(위의첫번,두번째)의필체는뒤의것보다훨씬힘있어보인다.
"민주주의를위해목숨을바쳐투쟁한일생이었고,…경제를살리고남북화해의길을여는…"
사실,
이문장은힘만있으면됐지,한자는없어도될것같다.왜냐하면,
민주주의,목숨,투쟁,경제,남북화해…
이런어렵고고통스러운단어를한자로썼다면난정말읽기싫어졌을지도모르기때문이다.
…그래서북한사람들은한글만쓰나?
1월의일기는왜한글로만썼을까?
아무튼,
이건마치내아버지가마누라보라고일부러펼쳐놓은일기장같다는느낌도든다.
누구에게보이려고쓴일기…
그러나,
한글과한자를섞어쓴일기장속에서는,
연세대뒷동산의진달래와자택뜰의영산홍과철쭉을즐기는노후의전직대통령을만날수가있었다.
봄날훈풍속을거니는여유와인생을아름답다고고백한인간DJ의모습을거기서는느낄수가있었다.
그래서85세의아름다운인생을사신대통령할아버지께더가깝게갈수있었다.
위의세일기를비교해보니,
불과몇달사이에필체에힘이많이빠진것을알수있다.
젊은이처럼힘있게쓴달필의한글전용일기와,힘이빠져서꼬불어진필체의국한혼용의일기를비교해보며,
혹시딴사람이쓴것아닌가?하는의심이들정도다.
인생무상을느낀다.
지금,
한국에서는영결식이시작되었으려나…
평안히가십시요.대통령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