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쓰는편지(19)
책꽂이에놓여있는네노랑머리사진을보며문득,
네가처음노랑머리했다고전화했던순간이생각났다.
대학1학년때였지,아마.
"엄마,이메일열어보세요.사진보냈거든요.저머리"블리치"했어요.룸메이트가해줬어요."
그때까지한번도염색을안해봤던엄마는,블리치란,소독할때쓰는클로락스로행주를하얗게하듯,
머리를하얗게탈색하는것인줄알았다.
그러나애써침착한척하면서,
"그래?어떻게생겼는데?궁금하다…그럼너잘생긴미국넘된거야?"
평소사람들이너를"잘생긴멕시칸"이라고도하고,혹시"아이노꼬"가아닌가하는눈초리로보기도했는데,
너는그소리를듣기싫어했지.
너는끊임없이엄마를궁금하게만드는"외계인(alien)"이었다.
학교에서돌아오면출출할터인데도,"배안고파요."하며엄마의간식을외면했고,
여자친구에게1달러짜리선물을해서엄마를놀라게했고,
그래서여자친구가싫다고하는데도왜그러는지몰라고민을하고,
교회에헌금을할땐지갑에얼마가있건다꺼내바치고,
기도끝나고눈떠보면어느새교회맨앞에나가꿇어엎드려안수기도를받고…
결국엔대학선정을하는데도"엄마로부터가장멀리떨어진학교"를찾다가,
동남부의우리집에서아주먼서북부의팔로알토로가버렸다.흥,그런데캘리포니아컬쳐가안맞았다며?
쌤통이다.
그리고,
네가한국에근무할때엄마가한국에간다고하니까,
"한국에와서한달동안누구만나실건지,무슨일을하실건지,스케쥴다적어보내세요."
스케쥴좋아하시네.네가내보스냐?
그때한국서가끔씩얻어타던백만원짜리네고물자동차,정말눈치보이고아니꼬왔었다.
너는지금까지도외계인이다.
엄마는아직도궁금한게너무많은데,너는말도못걸게하잖아.
그래서가끔씩엄마가떼를쓰다시피,
"야,너선좀볼래?사람들이좋은아가씨소개해준다는데…"하면,
"누나들먼저보내세요…"
"걔네들시집보내고나면엄마힘빠져서네아이봐줄기운없어진다.아무나먼저힘빠지기전에가라!"
"엄마,지금힘많아보이는데요,걱정마세요.나중에힘더쎄지실꺼예요."
"그걸네가어떻게알아!"
"엄마,아플때는조용했잖아요.그런데,지금은다시브레인이워킹(working)하는소리가들려요,
그래서점점이상한띠오리(theory)가나오고…"
"이상한띠오리?"
"고양이는기르면안되고,강아지를길러야하는이유,
대통령의숨겨놓은딸과연애를하면골치아파지니까,무조건아가씨를만날때마다엄마에게다말해놔야한다,또…아무튼엄마,한국연속극을너무많이보시는거아닌가요?
어쨌거나엄마브레인이워킹한다는증거니까,엄마기운도점점더쎄질거예요.히히"
아,이외계인아,어떻게해야대화가되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