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또라이아냐?"
그가무대로나와피아노를짚고인사를하자,내입에서저절로나온말이다.
V-24좌석에서본그는,가늘가늘한체구에앞머리를무스로바짝세우고까만양복을입은청년이었다.
반짝이구두를신고명동거리를까딱까닥걸어갈것같은그런청년.
랑랑.
중국국가대표피아니스트.
그가오늘연주할곡은베토벤피아노콘체르트3번.
오케스트라가연주를시작하자,
그는몸을휘휘젓기시작하더니하늘을향해무슨애원이라도하는듯이,아니기도하듯이우러르며
자기차례를기다리고있었다.
"당다다다다다다당…"
그의피아노소리에갑자기몸이얼어붙었다.
한참후에야가늘게숨을토해내며나는긴장을풀기시작했다.
신들렸구나…
내쉬빌심포니의시즌오픈갈라컨서트에랑랑이온다고해서,
제법비싼표를사면서한국이라면이건껌값도안된다더라,위로를했다.
친구부부와한차를타고네쉬빌테네시를향하여2시간반을달렸다.
친구가김밥을가져왔고,내가고구마와밤을삶아갔다.각자과일도담아오고마실것도챙겨왔다.
언제나그러했듯이,
우리는컨서트를핑계삼아소풍을갔다.
차안에서김밥먹고,물마시고,고구마먹고,배깎아먹고…
생강계피차는돌아오는길에마셨다.새벽1시.
이소풍만도즐거운데,
랑랑을보고나니정말혼이다빠져버린것같았다.
신이내렸건,내린척하건간에나는그에게빠졌고,
나만그런것이아니라,오케스트라조차도랑랑의몸짓에빨려들어가는것같았다.
대단한연기력,카리스마.
그는베토벤을모차르트처럼연주했다.
1악장이지나고나니,이번에는
"쟤,정말피아노치고있는것맞아?"라는말이절로나왔다.
랑랑은마치우리와함께남이치는피아노협주곡을감상하고있는것같았다.
몽환에서깨어나듯일어나서박수를쳐댔다.
기립박수와네번의커튼콜끝에지휘자가강제로피아노의자에앉히는바람에랑랑은앵콜에화답했다.
내쉬빌심포니의시즌첫연주회라서특별히응하는것이란다.
무엇이모두를넋이빠지게만들었을까?
그의몸짓일까?
피아노실력일까?
아니면,그와오케스트라,우리,그리고베토벤이잠시한자리에있었던것일까?
그렇구나…
연주자의몰입,그것이우리모두를황홀경으로이끌었구나.
인터미션에나가보니,
랑랑이사인을해주고있었다.
가까이서보니또라이가아니라너무잘생긴상냥한청년이었다.
미안해요,랑랑씨.
내아들보다더어린피아니스트를뛰는가슴으로바라보며,
그나이에어떻게저런카리스마가나올까생각해보았다.
후반부의베토벤심퍼니"에로이카".
랑랑의사인을받던사람들이늦게들어오고,
어떤사람은더들을것도없다는듯이중간에뚜벅뚜벅나가버리고…분위기가좀어수선했다.
지휘자는랑랑의여파를몰아내려는듯이열심히지휘봉을휘두르고있었는데,마치
선생님이교실에서열심히학생을가르치는모습같았다.
"지휘자님,지금은가르칠때가아니라몰입할때인것같은데요."
아,참건방진생각이지만,그생각을떨칠수가없었다.그래서인지자꾸멀뚱멀뚱해지기시작했다.
몰입이왜안될까…
무대가학교인것이싫다.잘가르치고,잘하려고애쓰는모습이싫다.
음악회무대는그냥음악감상실이었으면좋겠다.
음악가이건,정치가이건,누구건,소위지도자라는자들은
대중을취하게하기위해서는자신부터몰입해야한다는것을알고있을까?
그럴려면연습은미리다해놓고,무대에서는우리랑놀아주기만하면된다.그러면따라간다.
그나저나…
어린나이에랑랑은어떻게그런것을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