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을쬐다가졸았다.
미국교회에서하는성경공부에참석했는데,냉방을너무해놔서추워중간에나와버렸다.
태양아래서몸을녹이고나서차에오르니졸음이사르륵왔다.그래서그냥졸았다.
젊은이들은태양아래서졸지않는다.
그러면나는?
늙은이다.가을볕쬐다가나른해서옛날로돌아가는…
"저녁에맥주한잔하러갈까?"
남편이전화를했는데,가슴이덜컥했다.
때는,
25년전12월어느날.
술한잔하는것,
더구나마누라랑술마시는것을전혀좋아하지않는남편이먼저"한잔하자"고할땐,
무슨중대한고백을한다거나폭탄선언을준비한것이다.
앞으로닥칠중대사안을,술좋아하는마누라약간맹맹하게만들어놓고터뜨리려는남편의배려(?)이기도한데,
항상일을저지른후에한잔하자고하니까,그건정말’무서운한잔’인것이다.
그는내가아이를낳을때마다회사에사표를냈었는데,
이상하게도세번째아이가세살이던그때까지아직사표를내지않고있어서더욱불안했었다.
왜마누라가출산을할때마다남편이사표를내냐고?
그건나도모른다.아무튼그는그랬다.
우리는동네의통닭집에서만났다.
아이셋을할머니께맡겨놓고,어쨋거나술한잔사준다는말에가슴설레며거기로갔다.
"사표냈어.미국가려고…"
"언제냈어?"
"오늘."
술기운이돌아서인지하나도놀랍지가않았다.될대로되라지…
"앞으로는회사의중역이되려면MBA학위라도있어야해.자,봐라,
이박은일찍유학가서박사되어교수로왔지,김장수는아버지회사물려받았지,박보리는재벌장인회사에
들어가사장되었지…"
생각해보니,박사나사장이아닌남자는내남편뿐인것도같았다.
"그래도미리의논이나좀하지…이렇게아무런대책없이회사부터그만두면어떻게해?"
"앞으로여섯달동안토플이랑GRE보고나서,입학허가받으면7월에떠날거다."
비자받으러간미국대사관의담장은아주길었다.
주위사람들은우리가유학비자를받기힘들거라고걱정해주었다.남편과나모두나이40을바라보고있었고,
아이들도셋이나되었기때문이다.
그러나받았다.
그리고,
온가족의김포공항전송을받으며미국을향해떠났다.아이들을길러주신나의외할머니께서는처음타본
에스컬레이터앞에쓰러져하염없이우셨다.
이렇게,
사표를던진후일곱달만에우리는텍사스의달라스포트워스공항에도착했다.
"엄마,미국은왜낡은자동차가이렇게많아요?"
중고차를살때,8살짜리큰딸이물었다.
우리가잠깐살았던두바이에는새차가훨씬많았었기때문이다.
"엄마,미국사람들은참이상해요.집에서는신발을신고,밖에나가서는벗고다녀요."
맨발로그로서리에온젊은이들을보며6살짜리작은딸이가진의문이었다.
"학부졸업한지가너무오래되었다고학점인정을못해주겠다네…2년가지고는어림도없겠는데…"
시작부터한숨을쉬며남편이말했다.
"얘,미국사람은차타기아니면뛰기,두가지뿐인가보다.
길거리에걷는사람은없고,모두차타고있거나뛰는사람들뿐이네."
일년후,우리를방문한친정어머니의말씀이었다.
그러나,나의걱정은항상간단했다.
"뭘먹고살것인가?"
젊은이들은태양아래서졸지않는다.
그래,
25년이나젊었던그때,텍사스의태양아래서나는졸수가없었다.
살아남기위해먹을것을찾아다녀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