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바꾸기
경제학을전공한남편은MBA를하러미국에왔는데,
한학기가지나자전공을바꿔버렸다.
한국에서대학을졸업한지15년이지난그시점에,
미국대학에서는학점을인정못해주겠으니기초과목부터다시들으라고했기때문이다.
우리가계획했던유학생활2년은
앞으로몇년으로늘어날지알수가없었다.
고민끝에,
"에이,전공을바꿔야겠다.어차피언더(학부)과목부터시작하려면앞으로전망이좋은컴퓨터를해야겠어."
"컴퓨터를?아무리그래도컴퓨터방면에백그라운드가전혀없잖아."
"이건,기술이아니라학문이라서열심히하면될것같아."
그때까지남편이접했던컴퓨터라는것은,
중동에나가있을때에영국학원에서컴퓨터프로그래밍기초를한번들은것이고,
그후한국에돌아와회사에서열린컴퓨터경시대회에간부사원으로는유일하게참가했었던것뿐이었다.
그래봤자,
회사업무에는아직도telex가사용되었고
각부서에한대씩주어진PC는여직원들이문서작성이나통계자료를집어넣는데사용하고있었다.
우리가처음유학왔을당시,
이대학에는서울공대를나와몇년동안박사과정을하고있던젊은학생들이여럿있었는데
늙은학생인내남편의당돌한도전을보고는,
"선배님,우리도컴퓨터로전공을바꿀까말까고민을많이하고있었거든요."
"그래?왜고민만하냐?바꾸면되지."
그들은어처구니없다는듯이아무말못하고물러갔다.
"앞으로는영어와컴퓨터를하는사람이세상을끌고나갈꺼야."
우리가유학을간다고하니,어떤친구가말했었다.
미국에와서"영어"로"컴퓨터"공부를시작하면서,우리는그의말을떠올리며용기를가졌다.
그러나25년이지난지금,
그친구의예언은반은맞고반은틀린것같다.왜냐하면,
그의말대로컴퓨터와영어가지금세상을이끌어나가고있는것은맞지만,
힘들게그걸배운내남편은아직도
세상을이끌고나가기는커녕,
세상에끌려다니고있는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
아무튼,
남들이다염려스러운눈으로지켜보는가운데,남편은용감하게또하나의일을저질렀다.
("전공바꾸기"가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