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바꾸기(2)
"요즘부부사이가괜찮으세요?"
우리빵가게에서일하는아줌마가조심스럽게물었다.
빵가게주인남자인내남편이통보이지않기때문이다.
"사실은남편을별로만날시간이없어요.새벽에내가일나올때야남편이집에들어오거든요."
나는아무렇지않게말했는데,그녀는더욱오버를한다.
남편은컴퓨터프로그램을돌리느라학교에서밤을꼬박새우기일수였다.
자나깨나실성한사람처럼뭘중얼거리고,
사람들과얘기하면서도눈알이제멋대로돌아가고,
길을가면서도알수없는손짓발짓을해댔다.
"늙어서하는공부가사람잡는구나…"짐작은했지만어찌해볼도리가없었다.
그래서우리는집에서도잘만나지못하고매일엇갈렸다.그나마새벽에남편이들어오는것은
아이들만집에남겨두기가무서워서였기때문이었다.
하루는,
"닥터타지마누라가도망갔데.그렇게연구실에만붙어있으니마누라가도망가지…쯪쯪."
남편은내가도망안간것이자기가잘해줘서그런것처럼말했다.
공부를과하게하더니머리가약간갔나싶었다.
"당신,지금남얘기할때가아니지?"
"우린달라,애가셋이나있잖아."
"아이고,애셋을낳게해놓더니인질을삼았구나…"
멀쩡한젊은미국부부가이혼을하는이유중의하나는남편이아내를외롭게놔두기때문이란다.
미국여자들은이렇게방치당하는걸모욕으로생각하는모양인데,사실,
유능한남자들은자의건타의건여자보다일에더묶일수밖에없다.
그런남편들은대신아내들이좋아하는돈을많이벌어다주긴하지만,빵만으로는살수없는아내는
도망가는수밖에…
그런데,
내남편은돈도한푼안갖다주면서,아이들셋까지맡기고태평하게홀로밤을새고있었다.
그는얼굴이점점하얗게되어갔다.
나는점점시커멓게되어갔다.
그는기가죽어갔는데,나는무슨영문인지펄펄살아났다.
하루는,
대학당국이외국인조교들을모조리붙잡아다영어발음을교정시킨다고했다.
미국학생들이외국인교수나강사의영어강의를못알아듣겠다고불평을하기시작한것이다.
자기공부를위한책읽기와논문쓰기도바빠죽겠는데,
손거울을들고혓바닥을쏙쏙내밀며발음연습까지하게되자남편의입에서는드디어코메리칸블루스가
흘러나오기시작했다.
연말에친목고스톱판이벌어지면내가대신나가서뛰어야했다.
학기말시험때뿐만이아니라,고비고비마다
강아지이름처럼이상한"프리","퀄리","디펜스",
또무슨음식이름같은"디절테이션","콜스"등의시험과논문이닥쳐오면그때마다우리집은초비상이걸렸다.
보통은
교회에가서"이시험을잘넘기게해주십시오."라고간절히기도하고다른사람에게도죽는소릴한다.
그러나아이들이치르는시험은한번도걱정해본적이없었다.
"힘들지?그러나젊어고생은돈으로도못산다는말있지않느냐?그리고너에게는한국을떠나면어디든지
천국이니까그렇게생각하고살아라."
내부모님은살이뒹뒹쪄가고얼굴이시커멓게그을러서우왕좌왕하는딸에게이렇게편지를하셨다.
천국.
나는
이천국에올꿈도,박사마누라가되고싶은꿈도없었지만,
어쩌다따라나서보니중간에집어치우자고할수도없었고,
아이들데리고다시한국에들어갈자신도없었고,
한편으로는시어머니억지소리안듣는미국생활이속편하기도해서그냥버티었다.
남들이부부관계가좋습네까?어떻습네까?하고물어도못알아들은척했다.
이렇게
우리가족은가장의"박사학위취득"에목표를맞추고전력질주했다.
마치고3입시생을둔집안처럼모든일의우선순위를아빠의공부에두었다.
아이들은아빠가자기들의학예발표회나시상식,운동경기등에참석을안해도다이해해주었고,
나는"빈대떡장사를해도박사마누라만되면좋겠다"고너스레를떨며밥벌이에몰두했다.
그렇게10년을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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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강아지이름과디져트이름같은약자영어단어는아래와같습니다.
프리(preliminaryexam,각프로그램에들어가기위한예비시험)
퀄리(qualifyexam,논문을쓰기위한자격시험)
디펜스(defenseexam,논문통과시험)
디절테이션(dissertation,박사논문)
띠시스(thesis,보통석사논문을말함)
콜스(course,보통수강과목을말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