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데일300번지(3)
"하루에세알만먹으면영양보충이된다는피칸(pecan),
나는그피칸을주우며하나님의돌보심에감사한다."
앞집베드로엄마의글이었다.
베드로네앞마당에는피칸트리두그루가있었다.
그때까지나는이피칸이뭔지도몰랐었는데,
위의사진처럼속껍질이매끈하고길쭉하게생긴호두로보통호두보다훨씬고소하고기름기가적어서
남부사람들이좋아하고,월넛보다값이오히려비싸다.
그때나는교회의뉴스레터편집을하고있었는데,
앞집에사는베드로엄마더러글을하나써서내보라고권했었다.
베드로엄마는몇번사양하더니위의내용이섞인글을써주었는데,
이글을읽은교인들은,
감동과함께유학생들이그렇게어렵게사는것도모르고있었던자신들의무관심을뉘우치고,
드디어어느주일,’베드로가정을위한사랑의헌금’을했다.
베드로아빠는공부잘하라고부모가한자이름을’공부잘하는아이’라는뜻으로지었다고한다.
그는부모의소원대로수재가되어,서울공대를나와한국에서대학강사를하다가미국으로유학을왔다.
공부때문에허덕거리는다른유학생과는달리그는,
많은시간을뒤뜰의카포트에서기름때를뒤집어쓴채일하고있었다.
그는자동차박사였다.
한달에한대꼴로헌자동차를고쳐팔아생활하고있었다.
어떤때는아버지의멀쩡한캐딜락을몰고와서낡은소형차로바꿔달라는청소년들도있었다.
사랑의헌금이전달되었다.
베드로엄마는펄쩍뛰었다.
"안돼요,이런것받으면베드로아빠한테혼나요.그러잖아도,왜궁상스럽게그런소리를썼냐고
야단을맞았는데…"
그녀는눈물까지글썽이며사양했다.
교인들은갑자기어안이벙벙해서,가난하다면서왜그돈을거절하는지,자기들의선행을마다하는지
이해하지를못하고,억지로주고갔다.
그들이가난하게사는것은맞다.
아무리자동차고쳐서돈을번다해도학비와어린아이둘딸린가족생활비,한국의부모님까지돕고나면,
정말가난할수밖에없다는것을나는안다.
거기다그녀는항상슬퍼보였는데,
똑똑한남편이기름때를뒤집어쓰고허구한날일하는것,
아이들이너무어려서자신이밖에나가일도못하고집에쳐박혀있어야하는것,
미국유학간아들이잘사는줄알고자신들을돌보지않는다고끊임없이불평하는시댁식구들과의관계,
그리고무엇보다도그녀자신이지금의환경에적응하지못해서,
우울해져있었기때문이다.
피칸트리,위키피디아에서
그래서,
그녀는피칸트리밑에앉아실성한여자처럼멀거니하늘을바라보다가,
피칸을줍다가,
어떤때는아이를옆구리에끼고느릿느릿길을건너우리집에와서는
그큰눈에말간눈물이고인채로,
"돈이어머니는하나님의섭리라는것을어떻게생각하세요?"하며,
나를화들짝놀라게도했었다.
베드로아빠는아내가슬퍼할수록더욱열심히일을했다.
그다음일요일,
베드로엄마는그돈을다시교회에헌금했다.
교인들은자신들의선행이왜받아들여지지않았는지알수없어말이많았고,
심지어배신감을느낀다는사람들도있었고,
그래서결국베드로네는다른교회로옮기고말았다.
베드로아빠는얼마안있다가박사학위를받고아주좋은직장으로취직되어갔는데,
논문디펜스에서교수들이논문심사보다"내차에이런프러블럼이있는데,어떻게하면좋으냐?"라는질문을
더많이했다는우스개후일담이있었다.
몇년후,
베드로아빠는결혼기념여행을다녀오다자동차사고로세상을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