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20)

네생일이되어교회에헌화를했다.
아빠따라서세미나에다녀오느라꽃꽂이를목요일에해서갔다놨더니,

오늘일요일에보니꽃이좀시들었드라.

작년생일선물로너에게28통의편지를쓰기로했었는데,

29번째생일이다가오는데도아직20통의편지밖에못썼네.내년생일까지밀린것다채워보도록노력할게.

이러다평생너에게편지를써야하는것아닌가모르겠다.

사우디는아직도덥겠지?
여기는짱~한가을날씨다.그래서예배끝나고아빠와드라이브나갔다가멕시칸식당에서점심먹고돌아왔다.
우리집산넘어골프장이있잖아?

그동네에새로멕시칸식당이생겼는데지나가다보니주차장에차가꽉찼더라.

그래서들어갔더니음식은정말맛없었다.멕시칸식당에앤칠라다는없고이탈리안파스타가있더라구.

값은비싼편인데,퓨전식당인가?멕시칸콩죽이먹고싶었었는데…

거긴멕시칸식당있니?

생일선물을보내려고우체국에서APO박스를가져왔는데,망설이고있다.
지난번에누나에게소포를보냈는데2주가지나도안들어갔다고해서우체국에확인하러갔었지.

영수증을보더니3주가지나야추적을할수있다고하면서,없어져도자기네책임이아니래.

왜냐하면

익스프레스메일이아니고프라이어리티메일로부친거라서,보험을안들었기때문이라나?
그러니까,
소포가없어지면그냥끝인거지.몇번이나물어봐도똑같은말만되풀이하더라.
그래서우체국을통해소포부치는것이망설여진다.

엄마성질이많이누그러졌는지,아니면미국사회에적응이되었는지,
그소리를듣고도아무말안하고일단나왔다.
관공서직원들붙잡고얘기해봤자원칙밖에는말못하는그들인데,해결이안되잖아.

"잘했어요,엄마."
네가그렇게말할것같다.
엄마가미국사람들을상대로따진답시고성질을낼때면너희들이항상
"엄마,캄다운(calmdown),캄다운!"하던것이생각난다.
너희들은

미국아이들속에서크면서미국사회에서성질내봤자되는일이없다는것을일찍이알아차렸는데,

어른인엄마는한국에서살던버릇대로성질을부리다가안되면눈물까지펑펑쏟으며억울하다고아우성을

쳐댔으니그걸보던너희가얼마나불안했겠니.

또,

참고기다릴줄알기까지너희들이얼마나답답한일을많이겪었을까생각하니엄마가미안해지는구나.

외할머니가사주신너의첫번째자동차.

우체국에다녀온뒤며칠지나서,소포가도착했다는누나의메일을받았다.
소포상자가플라스틱백속에넣어져있더래.

엄마가그속에뭘넣었냐하면,
티샤쓰와블라우스(누나가부쳐달라고한것),
정수기필터3개(이건엄마가한박스를사서너무많아나눠보낸것),
올개닉소고기볶은것,콩으로만든고기볶은것,빈대떡,콩밥,대추야자,깻잎장아찌,
또뭐가있더라…웃기지?
상자에자리가남아서이것저것쑤셔넣으면서도혹시우체국직원들이수상하게여기면어떻게하나

걱정했었는데,아마풀어보았는지도모르지.
아무튼,

음식은상해서다버렸다고하더라.아까워.생전안하던짓을했더니손해가막심하네.

너에게도빈대떡이나잡곡밥좀부쳐주고싶은데,참아야겠지?
그대신캐쉬(현금)를좀부칠테니하얀색와이셔츠를사입어라.거기는이탈리아제좋은것많을거야.
아니면,

고양이밥이나좀사보낼까?
새로생긴고양이이름이뭐니?

고양이와함께해피버스데이잘지내라.

아들친구,"Snow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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