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따라 가버린 존 아저씨

"핼로,쌤,이젠너랑나랑우리걸(girl)들잘돌봐야겠어!"
옆집아저씨존이남편에게하던말이다.
작년이맘때나는암치료받으러다녔고,존의아내줄리아는무릎수술을하고꼼짝못하고있을때였다.

내남편은처음엔그가무슨소리를하나어리둥절해하다가,줄리아가아프다고하니그제서야"그럼,그럼…"

했었다.

우리집에서바라본존아저씨네뒷뜰

그존아저씨가어제죽었다.
노스캐럴라이나산속의자기별장에갔다가사다리에서떨어졌다고하는데,

아마도별장을손질해놓고오려다가사고를당한모양이다.
"여기도시골인데,더산골로들어가?"
그가산골에별장을사고,일년에몇번씩왔다갔다할거라는말을듣고우리는그렇게생각했었다.

알라바마토박이인존아저씨는내가나가는교회에도친구가있어,나는그사람으로부터연락을받았는데,

참허망했다.

정말하루앞도내다볼수없는우리인생.
재작년엔반대쪽옆집젊은남자가죽더니…

오른쪽하얀수염이존,그옆에앉은이가아내줄리아

존아저씨는은퇴한건축업자였다.
이동네에집이처음들어서기시작한20여년전부터살기시작했기에각집의역사를대충알고있었고,

집의개조나수선에대해물어보면아주친절하게가르쳐주던동네통반장아저씨였다.

우리집마당도존아저씨가잡초와옷나무,벌레등을잡고돌봐주면서,
"내가당신들정원도돌봐줄게,당신들이미안해할까봐한달에25불씩만받을터이니,그렇게할래?"
그래서우리는25불내고앞뒤마당에전혀신경을안쓰고살았다.
카작에갔다와보니,우리가살때보다더말끔해져있었다.

다람쥐넘어로존아저씨네집현관계단이보인다

존아저씨는거의70이되어가는데도,

보통의미국아저씨와는달리배가하나도안나오고날씬하고건강했다.

새벽부터마당에나와살았고,동네를수시로걸으면서방범대원노릇도하고,요가로건강을다지고있었다.
"벤조,너내가당구를얼마나잘치는지모르지?학교다닐때맨날당구만쳤어."
우리당구대를보며그가말했었다.
그때,나는아래층변기가막혀서그를불렀었는데,

그는그더러운오물을닦아내면서돈은안받을테니까매일당구치러오겠다고농담했었다.

변기가막혀도,집안에서전기타는냄새가나도,이상한전화가와도나는그에게물었다.
그에게코치를받아,남편은5개나되는크고작은데크(베란다)를직접페인트칠했고,
썪거나뒤틀린나무는존이직접수리해주었다.
집수리하는사람들이들락거릴때면그를앞장세워깔보지못하게했고,

수리비견적을내거나공사상담을할때도그에게미리물어보곤했다.

그가돌봐주던우리집앞마당

그는내가미국에사는동안가장친하게지내던이웃이었다.
텍사스에살때는온식구가옆집아저씨를피해다녔고(어쩌다잡히면잔소리를듣거나일을시키니까),

조오지아에서는옆집이뚝떨어져있어누가사는지도몰랐었고,
지금알라바마에와서야겨우이웃과친해졌는데…

우리가알라바마로이사왔을때는아이들이성인이되어,

집에다니러오면이웃과인사도자연스럽게나누고,그들을식사에초대해서서로를잘알수있게되었는데,

아이들덕분에커뮤니케이션이잘되었던것같다.
알라바마토박이가아닌우리는아는사람이별로없었는데,
그래서이웃존아저씨가특별히정이들었었다.
거기다,
그는항상자기네앞마당과동네에나와있었기에우리는정말안심하고살았다.
우리뿐만아니라우리동네이웃들이다그랬을것이다.

존아저씨네바위.바위가부스러지지않도록물을뿌려주고깨끗하게가꿨었다.

부엌의창에서내려다보니,

그가정성을다해가꾸던정원에는낙엽이수북히쌓여있다.
"벤조,너는자연그대로를즐기지?"
내가정원손질도안하고낙엽도안긁을때면,보다못해그렇게물었었다.
존아저씨,
당신도이젠그자연속으로돌아가셨네요…

오늘따라차가운가을비와바람이분다.

그의마당에도낙엽은여전히뒹굴지만,
그가왔다갔다하는모습은더이상볼수가없다.어쩔꼬…
낙엽따라가버린존아저씨가벌써그립다.

하늘나라에서편히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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