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바마의가을은,
보내기싫은정도가아니라,아예그속에뛰어들어자살이라도하고싶을정도로아름다운데,
그어느가을날,우리는건터스빌호수(GuntersvilleLake)로소풍을갔다.
4쌍의부부,
이혼도못하고25년넘게함께산"평생웬수"들8명.
8명이한차에끼어앉으니초등학교때소풍가는것처럼즐거웠다.
"이런자가용타고소풍가봤어요?"
말도안되는소릴괜히지껄인다.
영어말고,
한국말로뭔가막씨부렁거리고낄낄거리고쿡쿡찌르고싶어졌다.노래라도할까…
1930년대루즈벨트의경기부양책의일부로시작된TVA(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는
테네시강지류에많은댐을만들어관개,수력발전,지역개발등을유도했다.
건터스빌댐은그때지어진것으로,지금의아름다운호수는수몰지구인셈이다.
TVA는테네시주와알라바마주중심으로개발되었고,켄터키주와버지니아주에약간,그리고아주작은부분이
조오지아주에있다.
1920년대의테네시강유역주민실상은지금의제3세계의가난한주민상태와비슷했다고한다.
호수가내려다보이는산꼭대기의호텔식당"롯지".
캣피시(메기)튀긴것과후라이드치킨이있는뷔페였다.
전형적인남부메뉴인데,남부에오래살아서인지입맛에맞는다.
캣피시는양식한것이더맛있는데,아직이것을미국밖에서수입해온다는말은못들었기에마음놓고먹는다.
요즘은
새우,연어,틸라피아등등…거의모든생선이항생제펑펑풀은동남아시아의양식장에서온다고했다.
그래서새우도피하고,연어도피하고,할수없이바다에서잡았다는북대서양대구,파푸아뉴기니참치등을
사는데,가격이어마어마하게올랐다.
오늘의호스트인닥터안이배탈이나서안색이안좋다.
"먹을복없는놈이생일날배탈난다고하더라구요,울할머니말씀이…"
"장가가는날등창난다는말도있잖아."
위로의말도이렇게모질게하는사이가되어버렸나?나이탓인가,아니면허물이없어진것인가?
어린애처럼호수에떠있는돗단배를세었다.모터보트의물살도쫓아갔다.
"지난번에왔을때는돗단배가색색가지였어요.야,저기빨간색하나있다!"
"그래그래,저기도하나있다!"
누가우리를5060이라고할것인가.그냥5,6세다.
주위를둘러보니미국할머니할아버지투성이다.
이런한적한곳에서젊은이를찾는다는것이무리이기는하지만,어디를가도젊은이찾기가점점힘이든다.
대신,
오바마의정책에분노하는남부의노인들만나는것은쉽다.
그들은"변화"에대해불편해한다.
오바마의정책은변화가아니라독재라고하고,민주주의의후퇴라고도한다.
미국의앞날에대해우울해하며,미국의젊은이들을불안하게바라본다.
그런데또총격사건까지벌어졌으니…
호수를바라보는미국노인네들의뒷모습이왠지쓸쓸해보인다.
마침젊은이둘이나타났다.반가운마음으로뒷모습한장찰칵.
TVA도처음시작할땐주민들의의심스러운눈초리가많아서설득에힘이들었다고한다.
그래서정부가직접나서지않고,리더들을뽑아그들먼저설득하고그들을통해주민을설득시켰다.
뭐든지새로시작할때는말이많은법이다.강압적인정책을극도로싫어하는미국인들,그래서
오바마의경기부양책은무엇인지갑자기궁금해졌다.
잔잔한건터스빌호수.
70년전그물은분명아닐것이다.
새롭게흘러들어오는물을품고,그밑으로오래된사연들을가라앉혀가는호수.
나는흘러들어온강물인가,아니면호수에잠겨가는사연인가?
집근처의타겟파킹장에도착하자마자드디어호스트가토했다.
참느라고얼마나힘이들었을까…
"씨원하시지요?"
내속이시원해지는것같아서한마디했다.
호스트는고개를돌리고빙긋이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