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가한국대학으로간다며?"
사람들이수군댔다.나는깜짝놀라서,
"김교수가한국엘가요?"
"네,아직모르고계셨어요?"
그들은나를측은하게바라보았다.
김교수는남편의지도교수였다.
지난2년동안함께논문준비를해왔는데,논문지도교수가떠나버리면학생은어떻게되는것인가…
그것도같은미국내가아니라한국으로간다니…
나는정신없이집으로돌아와남편에게전화를걸었다.
"알고있었어요?김교수가한국으로들어간다던데…"
"그게무슨소리야?"
남편은전혀모르고있었다.그가벌컥미워졌다.
아니,
자기지도교수가한국에들어간다는것을다른학생들은다알고있는데,혼자만모르고있다니…
교수와대화를얼마나안했으면,집팔고가산을정리해서곧들어간다는데전혀낌새도못채고있었다니…
김교수는그렇게가버렸다.
끈떨어진연같은신세가되어버린남편은그야말로연처럼빙빙돌다곤두박질쳤다.
"김교수너무했어요.자기학생에게일언반구도안하다니…"
같이박사과정을하는유학생들이위로인지,염려인지그렇게말했지만,나는계속남편만미웠지
김교수는하나도안미웠다.
남편은손톱을물어뜯기시작했다.
술도못마시고,담배도안피우고,허튼농담도못하는그가이럴때할수있는일이라고는
방구석에쳐박혀묵은소설책이나잡지를꺼내놓고손톱을깨물고앉아있는것이다였다.
어찌할것인가…
나이50을바라보는시점에김교수와함께논문준비를한2년이라는시간은정말버리기아까웠다.
그러나어찌하랴?교수는그냥미안한얼굴로떠나버렸고,학생은맥빠진채망연자실.
우리도한국행보따리를싸야하나…
우리는유학생모임이나교수집에서하는파티에잘가지않았다.
교수보다도훨씬선배인남편이끼려하지않았기때문이다.그래서소위말하는가십이나정보에어두웠던것이다.
사실김교수나그와이프는참좋은인간성을가졌다.
학생들과잘어울리고,자신들도똑같이힘든과정을거쳤기에이해심도많았다.
나라도한국에좋은자리가생기면들어가는것이당연할것이기에그들이원망스럽지는않았다.
크리스마스때가되면나는선물을준비해서교수에게인사하라고남편손에들려보냈었다.
그러면남편은아무말안하고받아가서자기사무실책상에넣어두었다가
다음해크리스마스에내가새선물을준비하면그때서야"작년것아직도있는데…"하는사람이다.
공부는혼자열심히하면될줄알았더니,
그게아니라는것을서서히알기시작했다.
이세상에혼자서만열심히해서성공하는일이무엇일까?그런것이과연있기는할까?
늙은학생은한동안방황하더니,다시공부를계속하겠다는결심을했다.
물론김교수와보낸2년의세월은버린채다시시작하는것이었다.
마침그때새로부임한한국교수가있었는데,그밑으로들어갔다.
그렇게혼이났건만,
이번에도남편은한국인을지도교수로삼았다.
아무리한국인교수라도학교에서만날땐영어만쓰니까구지한국인을선호할필요는없지만,
아무래도스트레스가덜쌓이는모양이었다.
이렇게
새지도교수밑에서다시박사과정이시작되었다.
잃어버린세월은깨끗이잊기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