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아빠랑은어떻게결혼했어요?라고.
우리는풍전호텔이라는곳에서만났다.
맞선을본것인데,요즘너희들말로하면’블라인드데이트’같은거지.어른들은못나오게했으니까.
그해겨울.
나는25세.은행에다니는키크고몸집좋은아가씨였다.
맞선을보면상대편남자는물론,그부모들이"더"좋아하는신부감이었다.
그래서외할머니께서는해넘기기전에선을더보라고자꾸밀어부치고있었다.
선보는날아침,
나는목욕그릇을들고고구마장사코트(할머니는이체크무늬코트가마음에안들어서항상’고구마장사코트’
라고불렀다)를들쳐입고,털베레모를쓰고집을나섰다.
털모자는젖은머리를감추기위한것이었다.
보통,일요일은목욕탕에가는날이라서목욕을한다음만나러갈계획이었지.
할머니는미장원에는안가냐,화장좀하거라,예쁜옷을입어라,하며눈치를보아가며잔소리를하시다가
내가못들은척하자,슬픈얼굴로대문까지따라나오셨다.
풍전호텔커피숍에는까만테의안경을낀얼굴이하얗고체격이길고가느다란청년이기다리고있었다.
왜거기서만났냐하면,소개해주는할머니친구분이그동네에사셨거든.
커피를마시며나는생각했다.
"깨끗하게생겼네…공부도잘했다고…마음도착해보이는데,내가싫다고하면자존심이많이상하겠구나."
그러나선하게보이는남자는매력이없었다.
그래서,
점심이나사주고헤어져야겠다고생각했다.
선볼때,보통은남자가식사값을내지만그착해보이는청년에게밥만얻어먹고만다는것이좀미안해서
내가사기로마음먹는거야.
그때나는돈도잘벌었었고,남자와동등하다고생각했으니까.
그래서우리는광화문으로나갔다.
점심을뭘먹었는지는지금생각이안나지만,
식사후다방에서그청년이물잔을이리놨다저리놨다하던것은기억한다.
"사실,저는이따가4시에친구와국제극장에서영화보기로약속했거든요.회사에서공짜표를줬어요.
영화구경좋아하시면제가시켜드릴게요.표가매진이안되었다면요."
점심식사값을내가내려고했었는데,청년이내버려서대신영화구경을시켜주겠다고했지.
"NoWayOut"이라는스티브맥퀸과알리맥그로우가나오는영화였다.
국제극장을가기위해우리는광화문지하도로내려갔다.
연말이라서구세군과스님들이종과목탁을두드리고있었다.
청년은갑자기지하도저편에있는스님에게로저벅저벅가더니,합장을하고고개를숙이더라.
"아이구,주접(moron).선본여자와걸어가면서뭐하는짓이람!너는’땡’이다."
"땡"이란,
노래자랑에서잘못하면치는종소리다.그만나가라는뜻이야.
나는그렇게종교적인’티’를내는것을촌스럽다고생각했었다.
극장에들어가서나와친구는나란히앉고,청년은혼자딴자리에앉아야했다.
그런데,
불이다꺼지고대한뉴스가나오는데도청년은자기자리로안가고내옆의통로에서서성거리고있었다.
친구가귓속말로,
"얘,내가저자리로갈게,니네둘이같이앉어."했다.
"저친구오줌마려운가보다.얘,잔말말고그냥앉아있어!"
청년은좀더어물거리더니자기자리로돌아갔다.
나는속으로"이상한사람이네…더이상만날일이없겠구나…"생각했다.
***토달기
영화관에서나와서뭘했는지,저녁을먹었는지,안먹었는지,그냥헤어졌는지전혀생각이안난다.
네아빠에게물어봐도글쎄…하고.그때함께영화관에갔던엄마친구J아줌마는기억하려나?
극장안에서아빠가자기자리로안가고우물거렸던이유는,
내가안경을끼는지안끼는지를확인하기위해서였다고하드라.여자들은선볼때안경을벗었다가,영화볼때면다시낀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