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새해에는결혼하라고덕담(?)을해주었다.
친구들이하나둘결혼하기시작하자나도그동안만났던남자들을생각해보게되었다.
그러면서어떤깨달음이왔는데,그건
남자가"결혼합시다"해야결혼이된다는것.
여자라는것이좀억울했다.
옛날문화방송건물아래층에있는이탈리안레스트랑으로,무지막지하게큰접시를쓰던곳이었다.
그는
음식이니까그냥먹어치우는것처럼보였다.나를관찰해가며.
저녁을먹은후,
이화여중쪽으로조금걸어가서지하다방엘들어갔는데,촛불이켜져있었다.
웬촛불?
전기가나갔다고했다.
테이블마다촛불이켜져있었지만,무드는잘잡히지않았다.
"어른들이한번보자고하는데요…"
그가말을꺼냈다.
내가아무대꾸도안하니까,
"어떻게생각하십니까?어른들을만나뵙고구체적인이야기를하면…"
구체적?
남녀공학을다니면서,직장을다니면서,남자들을앞에놓고풀던수많은"썰"들.
때론웃기고,때론감동감화시키고,때론혼란하게하던그말빤지는다어디로가고,
잠시멍~해서앉아있었다.
나를좋아하는듯도,연인삼고싶어하는듯도한남자들이있었지만,이런말은하지않았었다.
"우리엄마도한번보자고하시더라구요.궁금하신가봐요."
"저에관해서는누님께서이미다말씀드린걸로알고있는데,그게다입니다."
그의누이와엄마친구인중매쟁이는이웃이었다.
"그게…다가,뭔데요?"
"제신상서요.그리고우리집형편.결혼하는데뭐더알것이있나요?"
결혼?
지금프로포즈하고있는거야?
너무나,너무나도사무적인프로포즈였다.
우리는맨끝자리길다란좌석에앉았다.
"뭐,더물어볼것없습니까?"그가물었다.
순간,온갖생각이스쳐갔지만,월급이얼마인지가제일묻고싶었다.
그러나
차마그걸물을수는없지,영악한여자로보이기는싫다…
처음으로그가우리집대문까지데려다주었는데,대문앞에서헤어지는것이더어색했다.
같이오지말걸…생각하다가,
"들어가실래요?할머니가계시는데…"
"오늘은그냥가겠습니다.잘주무십시오."
임무완수했다는듯이,
그는씩씩하게돌아서갔다.
***토달기
자려고누었는데마음이싱숭생숭했다.
현실감이안생겨서그런지실실웃음도났다.
한남자가"결혼합시다"하니까,그동안재고따지던모든것들이스르르꼬리를감추기시작했다.
나의프라이드는어느새그남자의조건과형편에타협할준비를하기시작했고,
어제까지마음속에품었던백마의기사도,낭만도도망가기시작했다.
프로포즈.
그건,
한여자의짦은방황에마춤표를찍어주고,한남자를향한헌신의첫음표를시작하게한다.
남자들도마찬가지일것이다.그런데,
"너는내꺼야!"라고말하기가그렇게어렵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