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결혼했냐구? (5)

아들아,네가지난번에심각하게물어봤었지?
엄마랑아빠랑은어떻게결혼했어요?라고.

무역회사경리사원

외조부께서는그를좋아하셨다.
첫번뵐때부터넙죽넙죽큰절을드렸기때문이다.
그때우리형제들은외조부모님과함께살고있었는데,우리더러는평소에한번도큰절이나뭐그런비슷한걸

시키지않으셨으면서도웬청년이나타나큰절을덥죽하니흐뭇해하셨다.
어머니와동생들은그가사극"집념"의김무생처럼생겼다고"김무생"이라고불렀다.

드디어그가내부모님을만나는날.
"파인힐"이라는스테이크집에서만났는데,그는이미빳빳이얼어붙어있었다.
술을좋아하시는아버지께서그에게한잔권하셨는데,무슨영문인지그는안마시고버텼다.

거기다,아버지께따라드리기는커녕,받은술잔도제대로비우지않는실례를범하고있었다.
스님이술을마시지말라고했나?
당연히분위기는엉망.
그자리에서확깨버리고싶었다.

시골로내려가신아버지께로부터며칠후편지가왔다.
"…네엄마에게서이야기는대충들었다.나는너와네엄마의판단을존중한다.

그러나배우자를정하는문제는심사숙고해야하고,절대감정이나외양에쏠려경솔하면안된다고생각한다…

아무리온세상이경제,경제,하고떠들어대며돈께나주무르는자들을대단하게생각하는추세라하더라도,

일개무역회사의경리사원…"

올것이왔다.
의사인내아버지는평소의사사윗감을바라고계셨는데,

의사도아니고술도못마시는경제학과출신"일개무역회사의경리사원"을만나보시더니섭섭하셨던것이다.

어머니께서는내눈치를살피시며,
"그래,내가보기에도태도가좀딱딱하더라.술을안좋아해도어른이권하면마시는척이라도해야하는데…

너랑만나도그렇게답답하냐?"
"네에~맛대가리없지요."
"네아버지도꽁생원저리가라답답하고주변머리없는양반이지만,그래도술한잔하시면풀어지긴하시는데…"
"지난번에선본그의사도그랬어요.혜화동에서효자동자기집가는길밖에몰라서내가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줬잖아요."
이런꽁생원들이랑엮여지는게내팔자인가,생각하니무슨벌을받은것같은심정이었다.

어머니는"김무생"을좋게생각하셔서은근히아버지를설득하기시작했다.
거꾸로,나는그만둘까심각하게고민하기시작했다.
정말재미가없는남자였기때문이다.세상에서제일.

한편으로는,
마음한구석에"세상남자대차(大差)없다"라는오만방자함이자리잡고있어,
떡치고주무르고살다보면까짓한인생어떻게지나지않을까하는생각도들었다.
이것은

그야말로떡치는고된인생35년을시작하는기특한(?)발상이었다.

***토달기

아직도아버지의그편지를보관하고있다.

결혼후에도아버지께서는종종편지를보내주셨는데,주로"젊어고생은돈으로도못사는것"이라는

격려내용이었다.

당시,

나는가난이뭔지잘몰라서그랬는지,결혼상대남자의경제적조건을크게신경쓰지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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