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의어느빵집에서그사람의어머니를만났다.
쪽진머리에구릿빛피부가건강해보이는시골아주머니였다.
"그대학엘다녔으니,고등학교때공부는잘했겠네."
가느다란눈으로나를쳐다보면서하신첫마디였다.
깜짝놀랐다.
"키도크고수수하고…"
아니,이시골아주머니가서울아가씨에게수수하다고?
나는그아주머니가입은월남치마의꽃무늬를바라보며혼자생각했다.
"내는,남녀의연령차이가크게벌어지는것을좋아하지않는다.내는,나이차가많은남편과하메살아와서,
내아들은연령차없는여자와결혼했으면싶다."
그와나의나이차는두살.
기분이묘했다.
이아주머니가뭘믿고이렇게큰소리를치는것인가.
설사그소리가다내흠을덮어주는것이라할지라도,처음만나는아가씨에게어찌그렇게할말다
하실수있는가?
그의어머니는시켜놨던빵을싸가지고일어섰다.
"잠간,모셔다드리고올테니기다려요."
그때까지나는2차고등학교에다닌열등감이남아있었고,
키가커서왠지좀부끄러웠고,구두와양복은명동최고의살롱에서맞추어입었지만,
전혀화장기없는얼굴에긴생머리였으니까수수하게보일만도했다.
그리고
당시스물여섯이되었으니적은나이라고할수도없는처지였는데,
이모든조건이자기아들에게딱맞는다는듯말하는그아주머니를보며,
어떻게무학(無學)의촌부가저렇게당당할수있을까,속으로계속감탄하고있었다.
집에돌아와나는외할머니와어머니께그대로말씀드렸다.
"얘,인연이되려나보다.그런데,정말김무생이엄마가그렇게말했단말이지?너더러?"
내어머니는놀랍다는듯이묻고또물었다.
"그마누라,내가한번만나봐야겠다.얼마나잘났는지…"
엄마보다훨씬말빤지가센할머니께서나선다고했다.
"어머니,잘나긴잘났지요.아들을서울대학에보냈는데."
재수까지시키고도아들을2차대학에보낸내어머니는,서울대학얘기만나오면괜히기가죽었다.
"이사람과결혼하게되려나…"
어른들이말하는연분이라는것이바로이런것인가하는생각이들었다.
상대방의어머니가긍정적인면만본다는것,그것은참으로기분좋은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무슨운명의힘같은것이있음을감지하게했다.
며칠후,
드디어양쪽어머니와내외할머니가만나기로했다.
***토달기
당시남편은동생들과이문동에서자취를하고있었다.
나더러경희대학캠퍼스나구경가자고해서아무생각없이따라갔다가그의어머니를만나게된것이다.
시어머니는당시쪽을진머리였지만,후에머리를자르고파마를하셨다.
시어머니나이가훨씬지난지금,나는옛날의경험을상기하며,
며느리감을보게되면좋은면만보겠다고결심한다.남자어머니의긍정적인평가가결혼을결심하게하는
중요한요소가될수도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