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식은시골우리집에서했다.
나는분홍색순모원피스를입었고,여전히미장원에는안다녀왔다.
그의부모님과누님내외,대학친구들이참석했고,우리쪽에서는가까운가족만참석했다.
갑자기약혼한다는말하기가너무쑥스러워친구들에게아무말도못하고있다가,
약혼식날자가임박해서야할수없이직장동료숙이와,선본날함께영화구경갔었던친구순이에게말하고
약혼식에함께갔다.직장동료숙이는나중에내가약혼했다는증인이되어주었다.
부모님이사시던지방도시에는친구가하나도없었다.내가서울에서만학교를다녔기때문이다.
그래서방학에집에가면집구석에처박혀한달을뭉개다가서울로돌아가곤했는데,
약혼식을끝내고바람쐬러나가라고하는데어디로가야할지몰라그냥부두로나갔다.
멀리배가오고가는것이보였다.
학창시절,
항상연착하던장항선느린열차에서내려,
바다건너저편부모님이기다리고계시는도시의불빛을바라보며마음이설레던이야기를했다.
그는아무대꾸도안했다.
문득,
이약혼자와나는너무다른환경에서살았구나…하는생각을했다.그는산골,나는바닷가와서울.
대천해수욕장에가던일,눈덮인깨끗한길을걸어영화관에가던일,산꼭대기에있는공원에올라가멀리
서해와장항제련소를바라보던일,등을말해주고싶었지만,참았다.
말안했다.왜냐하면,
그는항상내말을꿀꺽삼켜버리고아무대답도안했기때문이다.
그의부모님께는여관을잡아드리고,
우리는고속버스를타고서울로돌아갔다.
고속버스안에서그의친구들과내친구들은쌍쌍이앉았다.끼리끼리소곤소곤얘기하는소리도들리고,
가끔가다"너희들뭐하니?자니?"하며목을빼고우리를넘겨다보기도했다.
3시간40분.
그렇게지루하고긴여행은처음해봤다.
침묵,그리고또침묵…약간의부시럭거림.
아….
***토달기
회사에사표를내는데,갑자기왠결혼이냐고믿지를않았다.
할수없이목걸이를걸어주는약혼식사진을보여주니,
"이거,뭐하는짓들이야?"하며놀려댔다.그때숙이가증언을해줬다.
약혼식사진에는그가너무말라나이가들어보였는데(잘보이려고안경을벗었는데,오히려눈밑의주름이
다들어났다),모두들웬아저씨랑결혼하냐고꾸시렁거렸다.
무례하게도…
서울에도착해서는어떻게헤어졌는지생각이안난다.
우리둘다중요한대목은생각이안난다.이상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