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결혼 했냐구? (11)

결혼준비물

결혼날자를잡았다.3월말.

그리고,

간소하게결혼을시키기로양쪽부모님끼리합의가되었다.
그는다이어반지와들어가살집.
나는시계와살림살이,그리고예단.

양가모두첫자식을혼인시키는것이라서,진짜간소한것이뭔지부모님들께서잘모르셨던것같다.

그와집을보러다녔다.
방이세칸있어야한다고했다.
"왜요?남동생만데리고있을거라면서요?"
"그게…정이도서울로올라오니까…"
그랬었지…
대학합격자발표가날즈음그가,
"그애는지방대학에가도되는데…"하던말이생각나서마음이짠해졌다.
결혼이란우리둘만의문제가아니로구나…

방세칸짜리집을구하려니그가가진돈으로는미니2층지하실방밖에는없었다.
"연탄불도제대로못갈면서환기도잘안되는지하실에들어가살겠다고?그러다사고라도나면어쩌려고?

일층을얻거라.제발…,돈이모자라면우리가좀도와줄게."
어머니께서간곡히부탁하셨다.
그래서,우여곡절끝에방이네개나되는번듯한주택을계약했다.

대신,나는혼수를안해가겠다고버텼다.

내가부잣집에팔려가는거야,아니면내가쓰레기야,하며어머니께대들었다.
"사람이좋잖니,사람이…지금조금만뒷받침해주면금새일어설사람이다.그리고,사위는자식이아니냐?

그러니잠자코있어라!"

그래서나는타협안(?)으로,

새냉장고대신집에서쓰던작은냉장고를가져가고,옷장도간단한것으로하기로했다.
나머지가전제품이나예단은어머니께서알아서하시라고했다.

어머니는부엌을입식으로고쳐주셨고,안방과마루를도배해주셨다.
우리에게집을팔은사람들이아직이사나가기전이라서나머지방은수리를할수가없었다.

하루는,

아버지께서상자두개를꺼내셨다.
"자,여기시계가있으니둘중에하나골라라.네가맏이니우선권이너에게있다."
‘라도’손목시계였다.
오메가,롤렉스시계를주고받던시절인데도,아버지는’라도’로정하신것이다.
그가하나를집어들며,
"시간만잘맞으면됩니다."했다.
그래서그는엑스트라점수를따고,우리는모두만족했다.
당시,
내바로밑의여동생은애인이있었는데,그들도곧결혼하기로해서어머니는혼수를두개씩장만하셨다.

나때문에동생은선택의여지도없이수수한결혼을한셈이다.

결혼은내가하는데,결혼준비는모두부모님이하셨다.
돌이켜보니,나는아무것도한것이없는것같다.
얌전하게결혼준비하기는커녕,시집가면끝장이라고매일사람들만나서술파티송별회(?)하느라바빴다.

가끔씩그도함께갔는데,옆에앉혀놓고비장한각오로술을마셨다.

무슨전투에출정하는장수처럼…

***토달기
결혼하자,방네개짜리집은곧’풀하우스’가되었다.
중학교에다니던막내시누이까지서울로전학을왔다.
4인분도시락을싸기위해아침밥을두솥꽉꽉해야했으며,
민주투사처럼얼굴에수건마스크를하고지하로내려가연탄불을갈아야했다.
엄마가보고싶었다.

새색시가된나는,
장독대위에앉아멀리백련사를바라보며,
"이렇게사는게여자의일생이라면길게살필요도없겠다…"고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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